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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병무전집1 |
역사와 해석
(한길사)
2) 민중사건에 항복한 사울

우리는 그의 전기적 고백들에서 그가 자랑하는 조건들을 보았다. 그리고 사도행전이 전하는 대로라면 로마 시민권을 가진 헬레니즘 영역에 사는 부유층이거나 적어도 인정받는 집안에서 태어났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그는 이러한 자랑스러운 조건들을 지금은 똥같이 여겨버렸다고 한다. 왜? 그리고 그것은 사회적 측면에서 무엇을 의미하는가?

바울로가 자랑하는 내용은 한마디로 그가 지적(知的)으로나 유다교의 가치관으로 보거나 헬레니즘 사회에서 볼 때에도 신념에 찬 중간층 이상의 엘리트라는 말이다. 유다식으로 말한다면, 그는 구원을 보장받았고 의인의 취급을 받을 위치에 있다. 율법에서 보아 흠이 없다고 자부하면 그는 '의인'이라는 말이다. 그러면 이런 그가 예수에게로 전향했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 그러한 엘리트 의식, 의인의식을 똥처럼 포기했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나? 이런 물음에 우리는 다시 그가 왜 그리스도교의 박해전선에 나섰는지를 다시 다른 시선으로 물어야 할 것이다.

그는 예루살렘 교회의 지도자들에게 배운 게 없다고 했다. 그러나 그의 말대로 듣지도 못한 채 어떻게 저들을 판단할 수 있을까? 그는 분명히 그리스도인들의 주장과 행동에 대해 들었고, 또 그들의 주장 내용을 듣고 알았기에 박해에 나셨을 것이다. 그는 이방교회의 주장에 이미 접하고 있었다. 그러한 증거가 그의 편지 중에 자주 나온다. 예수의 부활(고전 15, 3~7), 그리고 예수의 최후만찬에 대한 이야기(고전 11, 23~26) 그리고 예수 수난의 의미에 대한 고백(필립 2, 6~11) 등이 그런 예들이다. 그는 그런 지식을 전해 받았다고 한다. 그것은 물론 교회를 통해 전승받았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가 그리스도교 박해에 앞장섰다는 것은 이 예수의 사건에 대한, 예수의 민중에 대한 증언을 그 이상 용납할 수 없었음을 보여준다.

먼저 사울(회심 이전의 바울로의 이름)은 그들이 전한 예수가 메시아라는 주장에 분노했을 수밖에 없었다. 유다주의의 엘리트인 그에게 있어서 이름없는 그 갈릴래아의 예수가 메시아라는 것은 유다 전통의 메시아 사상에 대한 모독으로 들렸을 것이다. 도대체 수난당하는 메시아란 유다 사고 안에는 없다.

그에 더해서 예수는 로마제국에 의해 처형됐다. '나무에 달려 죽은 자는 저주받은 것'이라는 유다의 인습적 사고에서 볼 때에 그의 죽음은 한 저주받은 죄인임을 의미할 따름이다. 그런데 저가 메시아라니! 이 사실을 주장하는 계층은 바로 유다(예루살렘)의 시선에서 보면 용납될 수 없는 무리들이다.

우선 그들이 갈릴래아의 무식한 민중이라는 사실이 그에게 분노를 일으켰다. 갈릴래아에서 선한 사람이 태어날 수 없다는 통념뿐만 아니라 도대체 율법적으로 보아 상놈들인 저들이 그들의 괴수를 메시아로 주장하는 것을 용인한다면 먼저 유다교의 전통이 무너지고, 둘째로 그의 엘리트의 위상이 깨진다. 그것은 그가 일생을 건 노력과 그로 인해 얻은 자부심의 포기를 의미한다. 이미 그 이전에도 주로 갈릴래아를 거점으로 '거짓 메시아' 운동이 일어났다. 그러나 그 괴수가 처형되자 모두 무산되었다. 그런데 예수의 민중은 그래도 굴복하지 않고 재기하여 전염병처럼 퍼져나간다. 그리고 만약 이것을 승인한다면 그것은 결국 혁명으로 발전되어갈 것임은 자명하다.

이런 엘리트적 분노가 그로 하여금 그들의 박해전선에 나서게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전제를 가지면 그의 전향의 의미는 가치관의 전환일 수밖에 없다. 그가 자랑으로 내세웠던 것들은 바로 유다 상류층의 최고 이상이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을 똥처럼 내버렸다면 바로 유다 상류층의 가치관, 그들의 우월감과 의인의식을 똥으로 되게 한다는 말이다. 그것은 바로 '그리스도'에게 항복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동시에 예수의 민중에 대한 증언이나 주장에 수용하고 항복했다는 말이다. 이것은 바로 대표적 유다주의로 무장한 엘리트가 갈릴래아 민중에게 항복했다는 선언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볼 때 다음의 그의 말들은 다른 의미로 부각된다.

여러분은 영광을 받고 있으나 우리는 천대를 받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오늘 바로 이 시간까지도 주리고, 목마르며, 헐벗고, 학대받으며, 집 없는 자로 유랑합니다. 우리는 심한 운동을 합니다. 제 손으로 일해서 살아갑니다. 조롱을 받으면서 축복해주고, 박해를 받으면서 참아 견디고 능욕을 당하면서 좋은 말로 응답합니다. 우리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이 세상의 폐물같이 인간의 찌꺼기같이 살아왔습니다(고전 4, 10~13).

이상의 서술은 고린토교회 내의 특수충에게 하는 조소적인 고발성격이 있으나 그 서술내용은 그가 멸시한 예수 민중의 진상을 너무나 잘 서술했으며, 그것이 바로 역사의 예수의 모습이기도 했다. 그는 바로 이런 예수를 만나지 않았는가! 이 세상의 폐물, 인간의 찌꺼기로 소외당한 그 민중! 그리고 바로 바울로 자신이 멸시하여 박해하였던 사람들의 그런 처지에 자신을 포함시킨다.

그리스도는 약한 형제를 위해서도 죽으십니다(고전 8, 11).

이것은 그리스도교를 독점할 때는 강자들에게 한 말이기에 '도'란 말을 붙였을 뿐 예수의 민중적 형태를 그대로 대변한다. 그뿐 아니라 그는 엘리트 의식이 싹트는 고린토교회의 공동체를 몸에 비교한 다음, "그뿐만이 아니라 몸 가운데서 비교적 약하다고 보이는 지체가 오히려 더 요긴합니다"(고전 12, 22)라고 말한다. 이것은 민중사건으로 전향한 바울로의 새로운 판단일 수 있다.

이렇게 보면 바울로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전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바울로의 보수성을 넘어선 그의 민중성을 전제한 이해가 필요할 것이다.


| 안병무전집1 |
역사와 해석
(한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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