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민족의 또 하나의 전승은 에집트 탈출기이다. 사실상 이스라엘은 에집트에서의 탈출을 그 민족사의 기원으로 삼고 있다. 그러므로 저들은 이 사실을 마치 심포니의 주 멜로디처럼 계속적으로 반복한다. 저들은 그때를 기념하는 축제를 해마다 벌여왔다. 그때마다 약간씩의 변주곡(variation)과 더불어 하느님이 이스라엘을 에집트의 쇠사슬에서 해방해서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복지로 인도했음을 상기한다. 저들이 믿는 하느님은 추상적인 신앙심의 대상이거나 어떤 사변(思辨)의 산물이 아니라 바로 이 에집트에서 탈출할 때 인도한 바로 그 하느님이다. 따라서 십계명을 명하는 하느님을 바로 다음과 같은 하느님이라고 한다.

너를 에집트 땅, 종 되었던 집에 인도하여낸 너희 하느님(출애 20, 1).

그런데 에집트를 탈출하기까지의 역사적 사실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탈출한 자들이 어떤 이들이었나하는 것을 밝히기 위해서이다. 창세기에 의하면 세겜 지대의 기근으로 기아상태에 있던 야곱이 그 부족을 이끌고 에집트에 이민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야곱의 막내아들인 요셉이 형제들에 의해 에집트에 노예로 팔려갔는데, 마침 그때 그곳에서 큰 공을 세워 국무총리의 자리에까지 등위하였다.

물론 처음에는 야곱과 다른 형제들이 요셉을 알아보지 못하였지만, 후에 알아보게 되고 또 요셉과 에집트의 파라오의 호의로 이스라엘 부족들이 에집트로 이주했다는 출애굽기의 기록으로 보면 그들의 이민은 국가적 차원에서 이루어졌다고 짐작된다. 그런데 우선 상식적으로 볼 때 당시의 대제국인 에집트에서 요셉이 그런 대권을 잡는다는 것은 사실 그 자체가 동화 같기도 하지만, 성서 외의 어떤 자료에도 이스라엘이 대거 에집트로 이민했다는 기록이 없으며, 더욱이 요셉에 대한 기록도 없다. 이미 여러 차례 언급한 대로 구약의 편자는 출애굽기를 기점으로 했으며, 족장 이야기는 소급해서 출애굽 이후의 약속의 근원을 밝히기 위해서 첨가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스라엘의 에집트 이민설화는 '출(出)에집트'의 의미를 이스라엘에 결부시키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근경에 학자들은 새로운 사실에 주목한다. 그것은 이스라엘을 '히브리인'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자주 나오는 사실이다. 이것은 '이스라엘' 대신 간간이 튀어나온 이름이다. Hebreer는 Hibri 또 Habiru 등과 같은 것으로 구약 이외의 다른 문서에 많이 나온다. 계속되어진 연구의 결과를 종합해 보건대 아카드어(Akkadian)의 '합비루'(Habiru)와 에집트어의 'Pr'이 같은 근원임을 의심할 수 없다. 따라서 히브리는 한 민족의 고유명사가 아니고 사회학적 개념이다. 이 용어는 한 지역의 '토착민보다 더 낮은 계층에 속한 사람들의 무리' 또는 '토지가 없어서 권리가 적은 사람들'을 지칭했다. 그들은 가난 때문에 고용병이 되거나 또는 '시민생활의 질서 밖에서 약탈자나 강도떼가 되어 살아가는' 경우도 많았다. 에집트의 한 자료는 이와 관련해서 중요한 사실을 제공한다. 그것은 라므세스 2세(Raamses II, B.C. 1290~1223년)때와 라므세스 4세(Raamses IV) 때의 자료인데 거기에 '히브리인'이 언급된다. 그런데 그들은 성을 건축할 돌을 실어 나르는 강제노동에 동원되었다는 것이다. 이 점은 출애굽기 1장 11절에서 비돔과 라므세스 도성을 세우기 위해서 흙벽돌을 굽게 했다는 내용과 상통한다. 이것은 저들이 사실상 노예계층임을 의미한다. 따라서 에집트에서 탈출한 집단은 민족이 된 이스라엘이 아니라 에집트 안의 노예나 억압당한 계층인 것이다. 그중에 이스라엘이 형성되기 이전에 어떤 계기로 에집트에 들어가서 토착민 밑에서 일한 족속이 있을 수도 있다. 아무튼 구약의 편자는 이렇게 탈출한 '히브리'와 '이스라엘'을 일치시킴으로써 그 민족사를 구속사로 심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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