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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병무전집1 |
역사와 해석
(한길사)
10. 과거, 현재, 미래

우리는 위에서 주로 예언자들의 사상에 주목했다. 까닭은 저들이 이스라엘의 심장이요, 얼이기 때문이다. 구약성서의 책들이 오늘의 모습으로 된 것은 전부 저들 이후의 것이다. 저들은 이스라엘의 과거를 하느님 앞에 선 자의 의식에서 새로운 눈으로 재해석함으로써 현재화 했으며, 그들 시대의 상황(현재)에서 이스라엘의 결단을 촉구했으며, 그들의 눈을 미래에 돌리게 했다. 예언자들은 과거의 전통과 앞으로 올 새것 사이에서 이스라엘 안에서 이스라엘과 마주섰다. 따라서 그들이 할 일은 과거, 현재, 미래를 연결지은 긴장 속에서 이스라엘에게 현재의 설 자리를 마련해주는 일이었다.

우리는 구약에서 그들 이전의 전승으로서 창세기, 조상들의 이야기, 출애굽사건, 시나이 산 사건, 판관시대, 왕조시대의 이스라엘 민족의 발자취를 본다. 그 안에서 다른 민족의 신화, 민담 따위와 다름없는 많은 자료들을 발견하게 된다. 거기에는 비윤리적인 것, 해괴한 이야기들이 무수하게 있다. 이런 것들은 민속적인 전승으로서 오랫동안 입에서 입으로 전해내려온 것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구약을 읽어가다가 아연해질 수 있다. 그리고 쉽게 이 한 민족의 설화들이 오늘의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외면해버릴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구전된 그 민족의 설화들 자체가 아니라, 그러한 한 민족의 민담들을 한 줄로 맨 얼의 자취이다. 좀더 주의 깊게 읽는 독자라면 잡다한 단편적인 설화를 꿰뚫은 흔적을 사이사이에서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그 전체를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혈관과도 같은 것이다. 그 혈관은 예언자들을 통하여 이루어졌다.

그러나 예언자들은 역사서술가가 아니다. 그들은 바로 이스라엘의 현실에 뛰어들어 그들을 일깨우는 파일럿이다. 그러나 그들은 일반적인 의미의 민족지도자는 아니다. 저들은 어떤 제도상의 위치를 가진 것도 아니며, 이른바 정치운동가는 더욱 아니다. 아니, 저들은 이스라엘에게 향한 하느님의 뜻의 대변자들이다. 저들은 구체적인 상황에서 특수한 소명의식을 가진 자들이다. 그런데 그들이 지금, 여기서 선포하는 하느님의 뜻은 저들 개인의 창의(創意)에서 나온 것이 아니며, 저들의 독점물도 아니다. 아니, 그것은 이스라엘의 전역사를 통해서 계시된 그 하느님의 뜻이다. 저들이 전하는 하느님의 뜻은 이스라엘 자신이 이미 받아 온, 그리고 알고 있어야 할 하느님의 뜻이다. 그것은 바로 이스라엘을 부르고 축복하고 미래를 약속한 하느님의 뜻이다. 저들은 아브라함, 이사악, 야곱의 하느님, 이스라엘을 에집트에서 구출하여 가나안으로 인도하신 하느님임을 거듭 밝힌다. 저들은 따로따로 연관 없이 전승된 민족의 민담 속에서 지금의 이스라엘을 이끄는 그 하느님의 뜻이 있음을 드러내 보여주었다. 이 하느님은 이스라엘과 약속했다. 그리고 그것은 이미 아득한 옛날의 조상들에게서 이미 시작되었다. 아니, 더 나아가서는 이 역사의 시작 맨 처음부터 이스라엘을 향한 하느님의 계획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반면에 그 조상들 아니 아담에게서 이미 오늘의 이스라엘과 같은 무능, 비겁, 반역이 드러났다. 그러므로 아담의 타락에서 카인의 이야기, 조상들의 불륜과 배신을 보고, 출애굽 이후의 광야생활에서 또한 이에 못지않은 반역과 약점 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과거의 역사는 하느님의 진실과 이스라엘의 배신이 항상 엇갈리고 있고 그럴 때마다 심판이 따르고 수난을 겪었다. 낙원에서의 축출, 카인의 방랑, 노아 홍수, 광야의 시련 등 잇따른 수난은 한이 없다. 그러나 그때마다 그 심판은 곧 새로운 시작의 계기처럼 새로운 축복과 연결되었다. 즉 오늘의 이스라엘의 배신을 과거의 전설에서 보고, 이스라엘의 과거의 역사에서 증거로 보여줌로써 역경에서나 순경에서나 그 하느님을 신뢰하라고 촉구한 것이 예언자들이다. 그런 결과에서 형성된 것이 그들의 전역사의 기록들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에게 과거를 기억하게 하는 것이 예언자의 임무는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과거에 안주하여버리는 경우, 저들은 신랄하게 비판했다. 과거를 해석하는 것은 현재를 새롭게 출발하기 위한 것이고 그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과거를 회고함은 오늘의 하느님에 대한 신뢰를 강하게 하고, 또한 배신하고 있는 현재의 상태를 고발하자는 데 있다.

예언자의 초점은 오고 있는 약속의 성취에 있었다. 이 약속은 이미 과거의 조상들에게 주어졌으며 출애굽 당시에, 그리고 다윗에게 주어진 것이다. 이 약속의 성취는 바로 역사의 완성의 때이다. 예언자들은 그날에 대한 확신에 불붙었고, 그것에 대한 믿음을 포기함으로써 현재에서 좌절된 이스라엘을 책망하고 또한 힘을 주었다. 그날은 반드시 온다. 비록 이스라엘이 배신하여 많은 파란곡절을 겪는다고 해도 반드시 온다. 이스라엘 전체가 배신하면 적은 무리를 통해서, 그것도 안 되면 한 사람 한 사람씩을 통해서도, 아니 그것도 안 되면 새 계약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오고야 만다.

그러나 예언자는 점쟁이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 어떻게 올는지는 모른다. 때로는 어떤 역사적인 현상을 보면서 그날이 가까운 것이 아닌가 추측한 흔적도 보인다. 또는 일정한 혈통이나 지역과도 관련시킨다. 예레미야는 다윗의 혈통에서 그날을 성취할 인물이 날 것이라고 보았고(예레 23장), 이사야는 이새의 줄기에서(이사 1장), 미가는 에브라다 지방의 베들레헴에서 나리라 했다(미가 5장). 그러나 어디서, 어떻게 그 약속이 성취될 것인가는 중대한 문제가 아니다. 그 약속이 성취될 것이라는 신념만은 예언자들에게 일치된다. 예언자 즈가리야는 이제 올 미래를 보면서 노래한다.

수도 시온아, 한껏 기뻐하여라.
수도 예루살렘아, 환성을 울려라.
보아라, 네 임금이 너를 찾아오신다.
그는 겸비하여 나귀, 어린 새끼 나귀를 타고 오시어
에브라임의 병거를 없애고
예루살렘의 군마를 없애시리라.
군인들이 메고 있는 활을 꺾어버리시고
뭇민족에게 평화를 선포하시리라.
이 바다에서 저 바다까지,
큰 강에서 땅끝까지 다스리시리라(즈가 9, 9~10).

이러한 희망과는 달리 현실은 계속적으로 어떤 상상도 허락하지 않고 오히려 어두운 데로만 몰아넣음으로써 이스라엘을 좌절하게 했다. 그러나 예언자들은 이 희망을 끝끝내 붙잡고 저들을 다시 일으켰다.

바빌론의 포로생활에서 돌아온 이스라엘은 폐허 위에 성전을 건축하고 율법을 강화함으로써 새 출발을 했다. 그때부터 예언자의 소리는 그치고 제사장의 지도 아래 정착했다. 그러나 그것은 어두운 그림자가 감도는 새 출발이었다. 제사장 족속들은 현재의 질서유지에만 급급했다. 그러나 예언자들의 소리는 죽지 않고 민중 속에서 그대로 살아 있었다. 그것이 이른바 묵시문학운동으로 나타났으며 메시아 운동으로 번졌다. 저들의 그날에 대한 환상은 우주적인 것이었다. 저둘은 그날이 우주적인 이변(異變)을 거쳐 역사의 종말을 가져올 것이라고 보았다. 다니엘서는 그러한 종말신앙의 산물이다. 다니엘서에 나타난 그날에 대한 사변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그 성취의 날이 역사의 종말을 뜻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 성취의 날이 역사의 종말이라는 것은 그 성취가 이스라엘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세계 인류 전체의 미래를 나타낸 것이다. 그러므로 여기서 종말이라는 것은 하느님의 행위의 궁극성을 뜻한다. 익명의 예언자는 하느님은 처음이요, 끝이라 했다(이사 44, 6). 이 역사의 종말에 대한 신앙은 신약의 가장 큰 테마이다.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 지는 우리의 상상을 허락하지 않는다.

단지 그것은 하느님의 역사 안에서의 목적을 뜻한다는 것 이상 더 말할 수 없다. 이러한 종말사상은 그때를 사변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이 역사 안에서의 현재에서 책임지는 존재로 살아가는 길만이 남아 있다.


| 안병무전집1 |
역사와 해석
(한길사)
List of Articles
표지
증보판에 부치는 말
머리말
       
제1부 고전(古典)으로서의 성서
       
제1장 고전의 의미
    1. 인류와 고전
    2. 현대인과 고전
제2장 성서의 특성
제3장 성서를 보는 눈
제4장 성서에서 보여주는 역사의 주체
제5장 성서의 자료와 편집
       
제2부 약속을 믿고 산 민족사 : 구약
       
제1장 한 책의 민족 이스라엘
제2장 인간사 서장
    1. 창조된 세계와 인간(아담)
    2. 잘못 출발된 역사
제3장 도상의 나그네
    1. 족장들
    2. 탈출의 족장 : 아브라함
    3. 하느님과 겨룬 사나이一야곱
제4장 엑소더스
    1. 히브리
    2. 모세
    3. 하느님과의 계약
    4. 십계명
제5장 종족공동체의 형성
    1. 가나안 정착
    2. 이스라엘 종족동맹
    3. 판관들
        1) 판관 삼손(판관 13~16장)
        2) 판관 기드온(판관 6~8장)
제6장 왕국시대
    1. 왕권과 국가
    2. 다윗왕조
    3. 왕국시대
        1) 솔로몬 왕
        2) 분단 200년
제7장 예언자
    1. 예언자의 현장
    2. 찬양과 저주一나단
    3. 왕권과의 대결자一엘리야
    4. 종교보다 정의를一아모스
    5. 남은 무리 一이사야
    6. 심판과 새 가능성 一예레미야
    7. 해골의 부활一에제키엘
    8. 너 위한 수난一이름없는 예언자
    9. 예언자의 말의 성격
    10. 과거, 현재, 미래
   
제3부 새로운 개벽 : 신약
   
제1장 예수의 사건
    1. 예수의 시대상
    2. 역사와 해석자
    3. 예수의 선포
        1 ) 하느님 나라의 초대
        2) 낡은 질서와의 대결
    4. 예수의 행태
        1) 무슨 권위로
        2) 예수와 민중
    5. 십자가 처형
    6. 갈릴래아에서 만나자一부활사건
제2장 예수운동의 전진(사도행전)
    1. 예루살렘에서의 예수의 민중운동
    2. 이스라엘 민중운동의 목표와 사상
    3. 민중사실
제3장 바울로의 삶과 증언
    1. 그의 삶
        1) 바울로의 위치
        2) 민중사건에 항복한 사울
        3) 바울로의 연대기
    2. 바울로의 증언
        1) 인간세계 심판
        2) 사람됨의 조건
        3) 죽음에서의 탈출
    3. 그리스도와 역사
    4. 자유인의 길
        1) 앞을 향해 달리는 삶(필립 13,1~14)
        2) 하느님 앞에 선 존재 (갈라 4, 1~10)
        3) 이웃과 더불어의 존재
    5. 바울로의 민중론
        1) 고린토교회의 사회계층
        2) 민중을 보는 바울로의 눈
        3) 택함을 받은 민중
    6. 바울로의 수난기
        1)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
        2) 예루살렘에서
        3) 문제점들
        4) 바울로는 ‘정치범’이 아닌가
        5) 예수의 수난사와 바울로의 수난기
제4장 요한의 증언
    1. 요한복음의 특이성
        1) 공관서와의 관계
        2) 요한의 정신적 풍토
        3) 예수의 새 해석
    2. 개벽의 선언
    3. 갈림길
제5장 박해와 희망(계시록의 신앙)
    1. 묵시문학의 성격
    2. 로마제국과의 대결
    3. 결단할 때
    4. 영원의 노크
    5. 마라나타
한국어로 된 성서 연구 참고문헌
전집간행에 부치는 말
판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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