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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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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은 민중사건이다

루가는 성령강림의 때를 교회탄생의 기점으로 삼고 있습니다. 오순절사건을 흔히 '말'의 사건이라고 규정하는데, 나는 그것이 민중 사건이라고 성격화합니다. 오순절도 유월절과 마찬가지로 해방을 기념하는 절기입니다. 이 축제기간에 온 세계에 퍼져 있던 이방 유다인들이 예루살렘에 모이는데, 대부분이 이미 모국어를 잊어버리고 자기들의 거주지역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바로 이때에 예루살렘 한가운데서 예수의 사람들이 성령을 받고 그리스도 사건을 증언했는데, 그들의 말이 거기에 모인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이 이해 되었던 것입니다. 저들은 각기 자기들이 거처하는 지역을 상기하면서 그 불가사의한 사건에 놀랍니다.

말의 차이는 인간 사이의 장벽입니다. 유다인들은 바벨탑 전설에 익숙해 있었을 것입니다. 바벨탑은 말을 통일함으로 해서 생긴 집단적 힘에 의해 세워져가고 있었는데, 하느님은 인간의 교만을 치기 위해 저들의 힘을 약화시키려고 했고, 그러기 위해서 말의 분열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그런데 오순절에는 말의 장벽에 의해 분열된 사람들이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합니다. 이 사건의 '주역'(主役)을 루가는 분명하게 "저 사람들은 갈릴래아 사람들이 아니냐?"는 말로 표시하고 있습니다. 루가는 예루살렘 중심주의자입니다. 그러므로 부활한 예수도 예루살렘에서 현시(顯示)할 것이라는 전제를 갖고 있고(루가 24, 47) 실제로 예루살렘 현시전승만 전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그가 오순절의 주역이 단지 예수의 제자들이라고만 하지 않고 예루살렘 사람들이 그토록 천시했던, 그 당시 민중의 대명사와도 같은 갈릴래아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밝힌 것은 사실에 충실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겠지만 그 뜻하는 바가 깊습니다. 성령사건은 종말사건입니다.

종말사건은 현체제에서 보면 혁명사건입니다. 그렇다면 성령의 사건은 민중에 의한 혁명의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상 이때가 기점이 되어 갈릴래아의 민중들이 예수를 처형한 예루살렘에서 예수의 이름으로 공동체를 이루고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무력하게도 예루살렘에서 처형된 예수, 그 예수를 따르는 힘없는 민중들이 '프뉴마'로 현재화하여 그들 가운데서 활동하는 예수에 힘입어 세계를 혁명하기 위한 기점이 된 것이 바로 '성령강림'이며, 이것이 그리스도교의 시작입니다. 이 운동은, 유다 전통에 매여 성전에 머물러 있어야만 되는 줄 알고, 율법 밑에 예속되어 있어야만 되는 줄 알았던 이 민중들이 성전을 탈출해서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고, 본래적 의미를 상실하고 한갓 지배 이데올로기로 변질한 안식일을 폐지하고, 유다교의 담을 넘어서 세계로 진출하여 마침내는 세계대제국인 로마를 붕괴시키는 혁명사건으로 번져나간 것입니다.

▶ 우리는 성령을 쉽게 우리의 주관적인 요구에 부합하는 어떤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선생님께서는 이 점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그 질문은 주관과 객관이라는 도식 안에서 성령이 무엇이냐고 묻는 것인데, 이 주객도식에서 먼저 해방되어야 합니다. 불트만은 "프뉴마는 자기 자신을 초월하는 의식"이라고 했습니다. 나는 민중은 자기초월이 가능한 집단이라고 규정했는데, 이러한 생각은 불트만의 성령론과 우연한 일치를 보게 됩니다. 이 생각을 조금 더 진전시키면 성령이 따로 객관적으로 있는 것이 아니고 민중운동 자체가 곧 성령운동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그러면 무엇이 자기초월을 가능하게 하느냐?'라고 물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물으면, 일어난 사건을 주객으로 분리시켜서 어느 하나를 객관화하여 소외시킴으로써 옳은 대답을 얻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성령에 대한 동경은 곧 '자유에 대한 희구'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성령은 주관적인 요구의 투영이라는 일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말은 민중운동 자체가 그리스도의 현존으로서의 성령의 실체라는 말과는 다릅니다. 나는 사건이란 말을 쓸 때 그것을 사회과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고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보나, 그것이 궁극적인 실상을 해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자기초월도 하나의 사건이지만 그것은 동시에 인식의 한계를 초월하는 것입니다.

▶ 바로 그 점 때문에 지난번 하느님에 관해 이야기하실 때에도 그러셨지만 성령에 관한 이야기도 원초적인 이야기에 머물 것이 아니라 어떤 전거를 전제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예수사건을 모든 것의 전거(典據)로 삼고 있습니다. 역사 안에는 많은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으며 지금도 우리 사회에 민중운동이 격렬하게 일어나고 있는데, 거기서 확실하게 자기초월의 사건이 일어나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민중운동이 곧 성령운동이라고 말하는 데 그쳐버릴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성령운동과 예수운동이 일치되어 일으켰던 사건을 전거로 하여 민중운동 안에서 성령운동을 가려서 보며 증거 하는 것입니다. 가령 루가복음 4장이 이런 입장을 대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봅니다. "주의 영이 내게 임하셨다"라고 전제하고 가난한 자, 포로된 자, 눈먼 자, 눌린 자를 해방하고 주의 은혜의 해를 선포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 선생님의 말씀 가운데서 이미 답이 제시된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예수의 민중사건을 기준으로 전제한다면 일반 역사에서 일어나는 민중해방의 사건에도 역시 성령이 활동하고 있다고 규정할 수 있겠지요?

바로 나는 그 말을 했습니다. 그런데 예수의 민중사건을 우리가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서 일반 운동을 성령운동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 폭도 달라지게 되겠지요. 가령 봉건사회에서 부르주아사회로 이행해가는 시기에 있어서 부르주아혁명 같은 것을 성령운동으로 인정할 수 있겠느냐는 문제가 제기될 때, 부르주아들이 신분적으로 속박되어 있는 상태에서 해방되었다는 점에서는 성령의 해방과 맥을 같이하는 면이 있지만, 그들은 역시 가진 자들로서 가진 것을 무기로 해서 세력을 쟁취했다는 점에서 보면, 예수의 민중사전에 나타난 성령운동과는 거리가 멉니다. 반면에 동학의 민중봉기나 31운동 같은 것, 현재 우리가 경험하는 1970년대와 80년대의 민중운동은 성령운동과 일치시킬 소지가 충분히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어떤 기준에서 그렇게 구별할 수 있느냐고 할 것인데, 지나친 단순화일지는 몰라도 다음의 두 가지 점을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나는 자기초월입니다. 자기 이익, 자기 능력, 결국 자신을 초월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해방의 극치상태지요. 이는 그 어떤 기존의 것일지라도 그로부터 자유 한 힘의 발휘입니다. 둘째는 종말성입니다. 이것은 자기초월과 함수관계에 있습니다. 종말성은 기존 가치의 어떤 것을 전제하지 않고 모든 것이 끝나야 한다는 신념입니다. 그 안에는 자기 운명까지도 포함됩니다. 여기서는 나, 너가 없고 제3의 것만이 있습니다. 이것을 혁명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단, 그것은 내가 너의 자리에 들어앉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도 같이 망해도 좋으니 옳은 것이 승리해야 하고 옳은 세상이 와야 한다'는 확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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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 부활사건
    어떤 부활을?
    사건으로서의 부활
    현존하는 부활사건
   
판권
표지
증보판에 부치는 말
머리말
       
제1부 고전(古典)으로서의 성서
       
제1장 고전의 의미
    1. 인류와 고전
    2. 현대인과 고전
제2장 성서의 특성
제3장 성서를 보는 눈
제4장 성서에서 보여주는 역사의 주체
제5장 성서의 자료와 편집
       
제2부 약속을 믿고 산 민족사 : 구약
       
제1장 한 책의 민족 이스라엘
제2장 인간사 서장
    1. 창조된 세계와 인간(아담)
    2. 잘못 출발된 역사
제3장 도상의 나그네
    1. 족장들
    2. 탈출의 족장 : 아브라함
    3. 하느님과 겨룬 사나이一야곱
제4장 엑소더스
    1. 히브리
    2. 모세
    3. 하느님과의 계약
    4. 십계명
제5장 종족공동체의 형성
    1. 가나안 정착
    2. 이스라엘 종족동맹
    3. 판관들
        1) 판관 삼손(판관 13~16장)
        2) 판관 기드온(판관 6~8장)
제6장 왕국시대
    1. 왕권과 국가
    2. 다윗왕조
    3. 왕국시대
        1) 솔로몬 왕
        2) 분단 200년
제7장 예언자
    1. 예언자의 현장
    2. 찬양과 저주一나단
    3. 왕권과의 대결자一엘리야
    4. 종교보다 정의를一아모스
    5. 남은 무리 一이사야
    6. 심판과 새 가능성 一예레미야
    7. 해골의 부활一에제키엘
    8. 너 위한 수난一이름없는 예언자
    9. 예언자의 말의 성격
    10. 과거, 현재, 미래
   
제3부 새로운 개벽 : 신약
   
제1장 예수의 사건
    1. 예수의 시대상
    2. 역사와 해석자
    3. 예수의 선포
        1 ) 하느님 나라의 초대
        2) 낡은 질서와의 대결
    4. 예수의 행태
        1) 무슨 권위로
        2) 예수와 민중
    5. 십자가 처형
    6. 갈릴래아에서 만나자一부활사건
제2장 예수운동의 전진(사도행전)
    1. 예루살렘에서의 예수의 민중운동
    2. 이스라엘 민중운동의 목표와 사상
    3. 민중사실
제3장 바울로의 삶과 증언
    1. 그의 삶
        1) 바울로의 위치
        2) 민중사건에 항복한 사울
        3) 바울로의 연대기
    2. 바울로의 증언
        1) 인간세계 심판
        2) 사람됨의 조건
        3) 죽음에서의 탈출
    3. 그리스도와 역사
    4. 자유인의 길
        1) 앞을 향해 달리는 삶(필립 13,1~14)
        2) 하느님 앞에 선 존재 (갈라 4, 1~10)
        3) 이웃과 더불어의 존재
    5. 바울로의 민중론
        1) 고린토교회의 사회계층
        2) 민중을 보는 바울로의 눈
        3) 택함을 받은 민중
    6. 바울로의 수난기
        1)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
        2) 예루살렘에서
        3) 문제점들
        4) 바울로는 ‘정치범’이 아닌가
        5) 예수의 수난사와 바울로의 수난기
제4장 요한의 증언
    1. 요한복음의 특이성
        1) 공관서와의 관계
        2) 요한의 정신적 풍토
        3) 예수의 새 해석
    2. 개벽의 선언
    3. 갈림길
제5장 박해와 희망(계시록의 신앙)
    1. 묵시문학의 성격
    2. 로마제국과의 대결
    3. 결단할 때
    4. 영원의 노크
    5. 마라나타
한국어로 된 성서 연구 참고문헌
전집간행에 부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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