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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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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의 성령운동, 과연 성서적인가

▶ 지금까지 성령에 대한 일반론을 말씀해주셨습니다. 이제는 한국 교회의 성령운동에 대해서 이야기할 단계입니다. 한국에서는 특히 1970년대 순복음교회를 중심으로 성령운동이라는 것이 커다란 물결처럼 번져나가고 있는데, 그것은 성서적이라기보다 다분히 기복 신앙에 근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방언을 한다', '병 고침을 받았다' 등으로 성령을 받았다고 확신합니다. 우선 이와 같은 한국 교회의 성령운동의 요인, 문제점 그리고 그 가운데서도 긍정적인 면이 있다면 그것에 대해서도 알고 싶습니다.

사실 한국 교회의 성령운동과 같은 현상은 이미 초대교회에서 볼 수 있습니다. 고린토교회에서 나타난 것이 바로 그런 현상입니다. 특히 방언과 예언의 은사를 받았다고 교회 안에서 대소란을 일으켰는데, 바울로는 이런 현상이 성령에 의한 은사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는 결론으로 "모든 사람이 방언을 하면 좋겠지만 그것보다는 하느님의 말씀을 전할 수 있으면 더 좋겠다", "내가 여러분에게 가서 방언으로 말한다고 하더라도 만일 어떤 계시나 지식이나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말씀이나 가르침을 전해드리지 못한다면 내가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라고 말하는가 하면 "교회에서는 내가 방언으로 일만 마디를 하는 것보다도 내 이성으로 다섯 마디를 하여 다른 사람들을 가르치고 싶습니다"(고전 14, 19)라고 말하는 것 등을 보아 그런 현상의 무의미성을 익히 알고 있으면서도 목회자적 배려로 정면 부정은 하지 않고 방향전환을 종용하고 있습니다.

병을 고친다거나 방언과 같은 황홀경에 빠지는 일은 그리스도교에서 일어나는 특수현상이 아니라 종교라는 이름하에 발생되는 일반적인 현상으로 동서고금의 여러 종교에서 이와 같은 경우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현상은 한국 사회의 병리현상이라는 각도에서 분석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 한국 교회의 눈부신 양적 증가는 농촌에서 일어난 것이 아니라 도시, 그것도 대도시일수록 더욱 현저하게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도시교회의 새로운 구성원들은 대부분이 농촌출신들입니다. 저들은 삶의 뿌리인 고향과 마을을 잃어버리고 생계를 위해 도시로 몰려들었습니다. 고향을 잃은 자들의 허탈감은 어딘가에 소속하고 싶은 욕구를 낳았고, 교회는 우선 그러한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장소가 되었던 것입니다. 저들은 그날그날 생활의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에 불안하고, 반면에 농촌에서보다 훨씬 더 구속감을 느끼게 됩니다.

도시의 목회자들은 바로 이러한 사회병리적 현상을 직관적으로 파악하고 그것을 이용하는 데 '성령'의 이름을 팔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볼 때도 도시의 거주민은 여러 가지 원인으로부터 파생되는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교회는 그들에게 성령의 이름으로 스트레스 해소의 장(場)을 제공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위에서 말한 것은 소극적인 면만을 말한 것뿐입니다. 소위 정통주의를 내세우는 교회, 보수적 장로교회 같은 데서는 교리적으로는 성령을 강조하는데도 불구하고 운동으로서의 성령현상이 일어나지 않는 반면, 소종파형의 교회에서는 위에서 서술한 현상을 포함해서 일종의 해방사건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저들은 성령의 이름으로 좌절과 불안에서 해방되고, 병에서까지 해방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것은 교리가 율법화되어 경직화된 보수교회에 대한 반발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나는 이것을 성령의 사건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이 현상에서는 성령이라는 이름으로 끝까지 이기심이 관철되고 이용됩니다.

지금 한국의 이른바 성령운동은 이용도씨 등이 일으킨 부흥운동에서 나타난 현상과 비교해보아도 훨씬 저급한 것입니다. 토마스 뮌처가 루터를 비판하기를, "그는 달콤한 그리스도만 설교하고 엄격한 그리스도는 말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오늘의 한국 교회의 성령운동에도 바로 그 비판이 적중한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용도씨 등은 달콤한 그리스도만을 설교하지는 않았습니다. 즉, 예수의 삶을 본받을 것을 강조하면서 청중에게 자기극복, 자기초월을 요구했습니다. 한국 교회는 병 고치는 것을 성령의 이름으로하고 있습니다. 예수가 방언을 했다는 기록은 없으나 병을 고친 사실은 많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가 병을 고친 것 또는 귀신을 쫓은 것 등은 종말적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즉, 하느님 나라 도래의 구체적 정표, 악한 세력을 추방하는 구체적 행위가 병을 고치고 귀신을 쫓는 행위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 그런데 한국 교회에서 성령을 강조하는 또 하나의 부류가 있습니다. 소위 정통주의 교리에서는 '인간의 한계'라는 것을 강조하여 성령은 인간의 삶의 문제를 넘어선 어떤 심오한 종교적 경지에서 체험될 수 있는 것이라고 하면서 역사적 운동에 참여하는 그리스도인들을 반대하는 입장에 섭니다. 이런 경향을 어떻게 보아야 할지요?

그것 역시 성령의 사건을 어떤 특수한 영역에 국한시킨 데서 오는 잘못입니다. 위에서 이미 성령은 교회 안에서 하는 예배나 설교, 아니면 성례전 등에서도 체험할 수 있다는 주장을 보았는데, 이 경우도 대동소이합니다. 신비주의는 이 세상에 살면서도 이 세상을 초월할 수 있다는 잘못된 환상에 빠졌는데, 성령의 역사도 이 세상을 초월한 어떤 피안적인 것으로 보는 것입니다. 그런데 '역사를 초월한다'는 말과 '자기초월'은 근본적으로 다른 것입니다. 전자는 탈역사화(脫歷史化)하자는 것인데 반해서 후자는 자기를 초월함으로써 갈등의 역사 속에 자기를 투신하여 역사를 변혁하자는 행위입니다. 역사의 현장을 떠난 성령의 역사(役事)란 결코 성서적이 아닙니다.

▶ 한국 교회 대부분의 교인들이 민중이라는 것은 사실인데 이들은 자기들이 안고 있는 문제, 이를테면 병마라든지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욕구를 신앙을 통해서 이루어보자는 바람 자체가 무시될 수 있을까요? 문제라면 저들의 욕구가 개인적 차원에 국한돼 있다는 데 있지요. 그렇다면 민중의 그러한 일차적 욕구를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집단적 차원에서 해결 가능하도록 하는 길은 없을까요?

앞에서 이미 말했듯이 예수는 그러한 민중들의 일차적 요구를 들어주었습니다. 배고픈 자들에게 밥을 주고, 병 든 자들을 고쳐 낫게 했습니다. 그러나 예수운동의 궁극적 목적은 거기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하느님 나라의 도래에 있었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결코 개인적 사건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개인적 욕구에 사로잡혔던 저들이 그것에서 해방(자기초월)됨과 동시에 하느님 나라를 이루어가는 성원이 되게 한 것이 예수운동의 성격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른바 감미로운 말을 하는 예수만이 아니라 가혹하리만큼 과격한 요구를 하는 예수를 보게 됩니다. 그러므로 예수의 민중은 자기의 가진 것, 집과 재산과 심지어는 가정마저도 버리고 급기야는 기존체제의 아성인 예루살렘에까지 예수를 따라 울라가 악한 체제에 도전했던 자들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 교회의 성령운동은 사람들을 예수를 따르는 무리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로 개인의 이기심을 자극 하며 거기에 사로잡혀 안주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라틴아메리카의 밑바닥 공동체의 경우 저들도 성령체험을 하는데, 그 결과는 심적인 평안을 느낌과 동시에 그들의 정치의식이 완전히 깨어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 자신을 짓누르고 있는 체제의 구조, 그 나라의 정치경제적 구조를 분명히 인식하고, 그로부터의 해방을 위해 싸우게 됩니다. 바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날 때 그것이 참된 의미의 성령운동이요, 성령이 일으키는 사건입니다. 오늘날 한국의 민중운동에서도 이같은 성령사건은 일어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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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증보판에 부치는 말
머리말
       
제1부 고전(古典)으로서의 성서
       
제1장 고전의 의미
    1. 인류와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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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성서의 특성
제3장 성서를 보는 눈
제4장 성서에서 보여주는 역사의 주체
제5장 성서의 자료와 편집
       
제2부 약속을 믿고 산 민족사 : 구약
       
제1장 한 책의 민족 이스라엘
제2장 인간사 서장
    1. 창조된 세계와 인간(아담)
    2. 잘못 출발된 역사
제3장 도상의 나그네
    1. 족장들
    2. 탈출의 족장 : 아브라함
    3. 하느님과 겨룬 사나이一야곱
제4장 엑소더스
    1. 히브리
    2. 모세
    3. 하느님과의 계약
    4. 십계명
제5장 종족공동체의 형성
    1. 가나안 정착
    2. 이스라엘 종족동맹
    3. 판관들
        1) 판관 삼손(판관 13~16장)
        2) 판관 기드온(판관 6~8장)
제6장 왕국시대
    1. 왕권과 국가
    2. 다윗왕조
    3. 왕국시대
        1) 솔로몬 왕
        2) 분단 200년
제7장 예언자
    1. 예언자의 현장
    2. 찬양과 저주一나단
    3. 왕권과의 대결자一엘리야
    4. 종교보다 정의를一아모스
    5. 남은 무리 一이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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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해골의 부활一에제키엘
    8. 너 위한 수난一이름없는 예언자
    9. 예언자의 말의 성격
    10. 과거, 현재, 미래
   
제3부 새로운 개벽 : 신약
   
제1장 예수의 사건
    1. 예수의 시대상
    2. 역사와 해석자
    3. 예수의 선포
        1 ) 하느님 나라의 초대
        2) 낡은 질서와의 대결
    4. 예수의 행태
        1) 무슨 권위로
        2) 예수와 민중
    5. 십자가 처형
    6. 갈릴래아에서 만나자一부활사건
제2장 예수운동의 전진(사도행전)
    1. 예루살렘에서의 예수의 민중운동
    2. 이스라엘 민중운동의 목표와 사상
    3. 민중사실
제3장 바울로의 삶과 증언
    1. 그의 삶
        1) 바울로의 위치
        2) 민중사건에 항복한 사울
        3) 바울로의 연대기
    2. 바울로의 증언
        1) 인간세계 심판
        2) 사람됨의 조건
        3) 죽음에서의 탈출
    3. 그리스도와 역사
    4. 자유인의 길
        1) 앞을 향해 달리는 삶(필립 13,1~14)
        2) 하느님 앞에 선 존재 (갈라 4, 1~10)
        3) 이웃과 더불어의 존재
    5. 바울로의 민중론
        1) 고린토교회의 사회계층
        2) 민중을 보는 바울로의 눈
        3) 택함을 받은 민중
    6. 바울로의 수난기
        1)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
        2) 예루살렘에서
        3) 문제점들
        4) 바울로는 ‘정치범’이 아닌가
        5) 예수의 수난사와 바울로의 수난기
제4장 요한의 증언
    1. 요한복음의 특이성
        1) 공관서와의 관계
        2) 요한의 정신적 풍토
        3) 예수의 새 해석
    2. 개벽의 선언
    3. 갈림길
제5장 박해와 희망(계시록의 신앙)
    1. 묵시문학의 성격
    2. 로마제국과의 대결
    3. 결단할 때
    4. 영원의 노크
    5. 마라나타
한국어로 된 성서 연구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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