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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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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살을 먹으라

다시 본문으로 돌아와봅시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라는 말은 분명히 과격한 표현입니다. 그러므로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그 말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어서 흩어져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예수가 자산의 피와 살을 언급한 것은 이미 공관서에 있습니다. 예수가 체포되기 전날 밤, 즉 자기 자신을 내주어 나눠 먹게 하려는 그 전야에 제자들과 더불어 밥상을 함께하고, 떡과 포도주를 나눠 먹는 자리에서 이것은 나의 살과 피라고 했습니다. 이것은 바울로도 전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요한복음과 비교할 때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공관서에는 유월절 전야인 최후만찬의 자리에 이런 장면이 서술돼 있는데, 요한복음에는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나는 여기에서 이미 제도화된 교회의 나눔의식에 대한 저항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요한복음은 최후의 밤에 이른바 성찬 대신 예수가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었다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그 대신 최후만찬에서 한 그 말씀은 민중들과 함께한 일상의 현장으로 이동시켰습니다(6장). 왜일까요? 이것은 유기적 운명공동체를 형성하는 데 있어서 핵심인 나눔(sharing)의 행위가 일정한 시간, 일정한 장소에 국한되는 고정화, 의식(cult)화, 사물화(死物化)된 것에 도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새크러먼트화된 나눔, 그것으로 자기 의무를 다했다고 하는 종교인들에게 밥(物)만이 아니라 밥과 더불어 자신을 내맡기는 예수를 제시한 것은, 이미 종교적으로 경직화된 당시의 그리스도인에게 예수의 이름으로 권고하는 요한복음의 강력한 주장인 것입니다.

사랑은 물(物)로 인카네이션되어야 참입니다. 물화(物化)하지 않는 신도 허구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요한의 대선언인 "말씀이 육이 되어 우리 안에 계십니다. 그에게는 은혜와 진리가 충만했습니다"라는 말은 형이상학적인 모든 종교 그리고 2천 년 신학사에 지금도 중대한 도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육이 된 그 안에서 진리와 은혜가 실현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결국 그것은 나누어 먹을 때, 그럼으로 해서 새로운 공동체를 이룰 때 가능한 것입니다.

바울로도 이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는 "우리가 축복하는 축복의 잔은 그리스도의 피에 동참하는 것이 아닙니까? 우리가 떼는 떡은 그리스도의 몸에 동참하는 것이 아닙니까? 떡이 하나이므로 우리가 여럿일지라도 한 몸입니다"(고전 10, 16~17)라고 합니다. 옳습니다. 그런데 그리스도 공동체는 그리스도의 몸이라고까지 갈파한 그가 몸이 한 입으로 먹으므로 유기성을 유지하듯이 밥을 함께 생산해 나누어 먹는 공동체 형성에는 왜 그렇게 무심했을까? 바로 이 점이 그가 간과한 일이며, 그것이 그의 후속부대들이 성취해야 할 과제로 넘겨진 것입니다. 아니, 이미 예수에게서 이루어졌던 것이 오늘에도 계속 인카네이션되어야 합니다.

함석헌 옹은 일본이 한국을 점유한 1930년대에 『성서적 입장에서 본 조선의 역사』라는 책을 썼습니다. 그는 해방 후에 한국동란의 의미까지 첨가해서 서술했습니다. 그는 한국 역사의 기조는 '고난'이라 단정하고 한국을 거리에 버려진 늙은 창기로 비유했습니다. 중국과 일본에 번갈아가면서 유린된 이 노창기(老娼妓)! 마침내 세계의 수많은 국가들이 한꺼번에 몰려와서 유린한 늙은 창기! 그는 이 비애스러운 역사의 이유를 묻습니다. 그는 결연히 한국의 고난의 역사는 결코 자기 자신의 죄 때문이 아니라 세계의 죄를 담당한 행위라고 선언합니다. 동서의 분열의 전쟁이 왜 하필이면 이 가난한 땅에서 일어나며, 오늘도 냉전의 전선이 왜 이 약한 땅의 허리를 자르고 있으며, 왜 이 땅이 UN의 공동묘지가 되어야 하며, 세계의 모든 썩은 것들이 이 땅에 흘러와야 만하는가? 그는 이사야서 53장 수난의 종을 연상하면서 대담히 주장합니다. 그것은 세계의 죄를 짊어진 행위라고! 나아가서 그는 오늘 세계의 죄를 어느 민족이 짊어질까에 대해 말합니다. 미국일까? 일본일까? 아니면 서구의 어느 나라일까? 아니, 그들은 교만하여 그런 위치에 서지 않을 것이다, 한국만이 세계의 죄악이 흐르는 하수도 역할을 담당하도록 되었다고 설교합니다.

나는 지난 1970년대 이후 이 글을 다시 읽고 한국을 생각하면서 동시에 "보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느님의 어린양"이라고 예수를 증언한 세례자 요한의 말을 연상했습니다. 동시에 나는 1970년 11월 13일 자기 몸에 기름을 붓고 분신자살한 22세의 그리스도인 전태일을 생각했습니다. 그의 일기에 의하면, 월급은 1,500원인데 최저식비가 하루 120원이었습니다. 그러면 12시간 노동을 해봤자 먹는 문제도 해결이 안 됩니다. 그는 아침 일찍 일어나 남의 구두를 닦아주고 약간의 돈을 벌었으며, 저녁이면 껌팔이를 하여 연명했습니다. 물론 그렇게 소원하던 공부는 할 수 없었습니다. 세상을 원망하면서 자포자기적인 삶을 살았음직한 그가 자기를 잊어버리고 그의 동료인 노동자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보려고 혼신의 힘을 기울였습니다. 그는 고용주의 눈을 피해가면서 앙케트를 만들어 노동자들의 진상을 자료로 만들어 기업주와 노동청 책임자에게 여러 형태로 그 뜻을 전하려 했으나 아무 반응도 얻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유명한 큰 교회의 목사들을 찾아가 호소해도 아무 반응이 없었습니다. 고는 자기 자신에게는 아무런 힘이 없음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가진 것이 없었습니다. 가진 것이라고는 젊음의 피가 흐르는 몸뚱이 하나뿐이었습니다. 마침내 그는 자신을 산 제물로 하느님께 바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는 자신을 불태움으로써 세계를 향하여 돌멩이가 외치 듯 외친 것입니다. 그의 죽음은 우리로 하여금 노동자의 비참한 현장에 주목하게 한 시발점이며 민중발견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전태일의 행태는 단순히 자기의 밥을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는 것만이 아니라 그의 몸을 나누어준 행위였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그에게서 "내 살을 먹으라. 내 피를 마셔라"라는 예수의 절규를 새롭게 들었던 것입니다. 이같은 사건은 한국에서는 지금도 계속 일어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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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증보판에 부치는 말
머리말
       
제1부 고전(古典)으로서의 성서
       
제1장 고전의 의미
    1. 인류와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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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성서의 특성
제3장 성서를 보는 눈
제4장 성서에서 보여주는 역사의 주체
제5장 성서의 자료와 편집
       
제2부 약속을 믿고 산 민족사 : 구약
       
제1장 한 책의 민족 이스라엘
제2장 인간사 서장
    1. 창조된 세계와 인간(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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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도상의 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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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엑소더스
    1. 히브리
    2. 모세
    3. 하느님과의 계약
    4. 십계명
제5장 종족공동체의 형성
    1. 가나안 정착
    2. 이스라엘 종족동맹
    3. 판관들
        1) 판관 삼손(판관 13~16장)
        2) 판관 기드온(판관 6~8장)
제6장 왕국시대
    1. 왕권과 국가
    2. 다윗왕조
    3. 왕국시대
        1) 솔로몬 왕
        2) 분단 200년
제7장 예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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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찬양과 저주一나단
    3. 왕권과의 대결자一엘리야
    4. 종교보다 정의를一아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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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부 새로운 개벽 : 신약
   
제1장 예수의 사건
    1. 예수의 시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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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예수운동의 전진(사도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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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민중사실
제3장 바울로의 삶과 증언
    1. 그의 삶
        1) 바울로의 위치
        2) 민중사건에 항복한 사울
        3) 바울로의 연대기
    2. 바울로의 증언
        1) 인간세계 심판
        2) 사람됨의 조건
        3) 죽음에서의 탈출
    3. 그리스도와 역사
    4. 자유인의 길
        1) 앞을 향해 달리는 삶(필립 13,1~14)
        2) 하느님 앞에 선 존재 (갈라 4, 1~10)
        3) 이웃과 더불어의 존재
    5. 바울로의 민중론
        1) 고린토교회의 사회계층
        2) 민중을 보는 바울로의 눈
        3) 택함을 받은 민중
    6. 바울로의 수난기
        1)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
        2) 예루살렘에서
        3) 문제점들
        4) 바울로는 ‘정치범’이 아닌가
        5) 예수의 수난사와 바울로의 수난기
제4장 요한의 증언
    1. 요한복음의 특이성
        1) 공관서와의 관계
        2) 요한의 정신적 풍토
        3) 예수의 새 해석
    2. 개벽의 선언
    3. 갈림길
제5장 박해와 희망(계시록의 신앙)
    1. 묵시문학의 성격
    2. 로마제국과의 대결
    3. 결단할 때
    4. 영원의 노크
    5. 마라나타
한국어로 된 성서 연구 참고문헌
전집간행에 부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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