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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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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탈출의 족장—아브라함

야훼께서 아브라함에게 말씀하셨다.

네 고향과 친척과 아비의 집을 떠나 내가 장차 보여줄 땅으로 가거라(창세 12, 1).

이것은 잘못된 첫 역사를 끝맺고 거기서 탈출한 새 역사의 시작임을 뜻하며 또한 이스라엘 민족사의 모델이기도 하다. 이것은 정착한 데서 떠나라는 것이다. 내 힘으로 내 삶의 보장을 위해 만들어놓은 일체의 것, 그리고 그러한 생각에서 탈출하라는 말이다. 종족시대에 자기 본향을 떠난다는 것은 나무를 뿌리째 뽑는 것과 같은 죽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가야 할 방향을 미리 알려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히브리서 기자는 "아브라함은 부르심을 받았을 때 믿음으로 순종하여 장차 분깃으로 받을 장소를 향해 갔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알지 못하고 떠났습니다"(히브 11, 8)라고 한다. 그것은 한걸음 한걸음 인도하는 하느님임을 말한다. 하느님은 인간역사의 목적을 설정한다. 그러나 그 목적은 지금 여기의 삶을 인도하는 것과 유리되어 있지 않다.

이것은 이스라엘 민족의 전(全)역사의 반영이기도 하다. 저들은 절망적인 상태에서 이 다음에 어디로 향해야 할지를 몰라 끊임없이 좌절에 부닥쳤다. 그러나 그때마다 그것은 동시에 하느님의 인도의 손길을 느끼는 돌출구이기도 했다. 이스라엘 조상들의 삶의 길이 그러했다.

그런 뜻에서 조상들 이야기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요셉은 이렇게 말한다.

나에게 못할 짓을 꾸민 것은 틀림없이 형들이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도리어 그것을 좋게 꾸미시었소(창세 50, 20).

가진 것에서 자기를 느끼고 그것으로 보장을 삼으려는 사람은 새로운 가능성에서 언제나 차단되어 있다. 신앙, 그것은 새로운 보장이 없음에도 이 차단된 세계에서 과감히 자기를 탈출시키며 이 탈출에서 하느님의 손길을 체험하는 행위다. 이러한 사실을 인식하면서 이스라엘 조상들의 삶을 다시 읽으면 그들의 인간적인 나약함에서 오히려 친밀감을 느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단히 다가오는 새로움에 개방할 수 있었던 그 결단에서 감격을 느끼게 된다.

다음에 중요한 것은 축복이다.

나는 너를 큰 민족이 되게 하리라. 너에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떨치게 하리라(창세 12, 2).

이것은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는 축복의 약속 밑에서 시작되었다는 신앙이다. 그러므로 이스라엘은 아브라함의 이야기를 반복하면서 하느님이 이 민족의 복된 미래를 약속했음을 되새겼다. 그 민족의 형성은 하느님의 축복에 근거한 것이다. 그러나 축복의 사상 역시 평탄한 삶과 번영의 구가(謳歌)에 그 근거를 두고 있지 않다. 오히려 폐허와 역경, 고투 속에서도 마침내 그것들을 뚫고 전개될 새로운 가능성 앞에 선 신앙이다. 그러기에 이 신앙은 그들의 역사의 황혼기에, 아니 박해와 시련의 오랜 밤의 역사에도 꺼지지 않는 불처럼 그들 민족의 핏줄에 면면히 흐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신앙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한걸음 더 나아간다.

땅의 모든 족속이 너로 인하여 축복을 받을 것이니라(창세 12, 3).

이것은 하나의 세계에 대한 예언이며 인류의 미래에 대한 위대한 약속이다. 이것이 적어도 우리가 사는 오늘에서 거슬러 올라가 3천년보다 훨씬 전의 시대의 기록인 것을 생각하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때만 해도 민족이라기보다 차라리 종족의 시대였다. 민족과 민족이 아니라 종족과 종족의 사이에도 뛰어넘을 수 없는 살벌한 배타주의의 담장이 가로놓여 있을 때이고 보면 더욱 놀랄 수밖에 없다. 이것은 이스라엘 민족의 교만이 아닌가? 지구 한구석에 극히 작은 한 민족이 세계 인류의 운명의 열쇠를 제 몸에 간직했다고 함은 웃어 넘길 수 있는 일일는지 모르겠다. 이것은 일반적으로 이스라엘 민족의 선민사상(選民思想)이라고 하며, 바로 그래서 이들을 증오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다음의 두 가지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하나는 저들의 선민사상은 결코 저들의 우월감의 표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들은 주저없이 선조들의 인간적인 약점을 폭로하고 있다. 그것뿐이 아니다. 구약 전체를 통해서 이스라엘은 그들이 당한 패배 또는 수치스러운 일들을 서슴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저들의 선민사상은 저들의 자질이나 도덕성, 자신이 소유한 자랑스러운 것들에서 온 우월감의 표시가 아니다. 그것은 하느님이 인도하신다는 신앙의 철저함에서 온 것이다.

아브라함이 자신의 아들인 이사악을 제물로 바치는 이야기(창세 22, 1- 19)는 신앙이 무엇인지를 극명하게 나타낸다. 이 이야기는 하느님의 요구에 의해서 이사악을 제물로 바치는 것인데, 그런 풍습은 가나안에 있었던 것이다. 이런 풍습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한 과정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 각도에서 보면 이 내용은 그런 풍습을 지양하여 양(羊)으로 대신하면 된다는 대답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은 E편자들이 전승한 것이다. 이 이야기는 그 자체로 독립되어 있었던 것인데, 편자에 의해서 아브라함 설화의 틀에 놓이면서 아주 다른 의미를 제시한다.

아브라함과 그의 아내 사라가 이미 말년에 접어들어 생리적으로 출산할 가능성이 없는 처지인데도 하느님은 사라의 몸을 통해서 축복의 구체적인 실현으로 이제 낳을 아이가 민족들을 다스릴 왕의 선조가 되리라고 고지한다. 자신들의 처지를 알기에 아브라함 부부는 그 고지가 너무나 비현실적이어서 실소(失笑)를 하다가 책망을 듣는 장면도 있는데, 정말 수태하여 이사악을 낳았다. 그것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나 있을 수 있는 사건이다. 그에게 주어진 희망은 바로 이사악에게 달려 있는 셈이다. 그러므로 하느님 자신도 이사악과, "그의 후손의 하느님이 되어주기로 영원한 계약을 세우리라"고 했다. 그런데 하느님은 아브라함에게 그러한 계약의 담보물로 이사악을 제물로 바치라고 한다. 이것은 이중적인 '비리'이다. 이사악은 아브라함의 유일한 아들이다. 어떻게 이런 아들의 생명을 죽이라고 강요할 수 있는가? 그것은 윤리적인 지평을 넘어선다. 이사악의 생명은 아브라함에게 준 하느님의 약속의 담보물이다. 따라서 그를 죽이는 행위는 종교적 지표도 넘어선다. 이런 명령에 복종하는 것은 한 개인의 죽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모든 것을 절단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뜻에 복종하려고 아들을 이끌고 가는 아브라함의 행위는 오직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어떤 것에 대한 신앙에서만 가능하다. 히브리서 기자는 "아브라함이 이사악을 바친 것은 하느님께서 사람을 죽은 자들 가운데서 다시 살리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히브 11, 19)라고 해석한다.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것을 믿음은 언어도단이 횡행하는 현실의 영역을 뛰어넘어 존재한다. 이런 점에서 믿음의 현실을 아브라함에게서 배우려는 키에르케고르는 아브라함의 '침묵'에 주목한다. 성서의 편자는 인륜에 반하는 악습을 전하는 이야기를 아브라함 설화에 담아서 신앙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도구로 삼았다. 바로 이런 신앙이 이스라엘 속에 남아 계속 기적을 낳는 역사를 형성했다.

다음으로 주목할 것은, 이것이 문서화될 때부터의 3천 년간의 역사 과정이다. 그때만 해도 그 주변에는 세계적인 강대민족들이 있었으며, 그들의 문화와 종교는 그 세력과 함께 어마어마한 규모와 힘을 가지고 침두되었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에집트와 바빌론이다. 그들의 종교가 얼마나 굉장한 위세를 보였는가 하는 것은 역사가들의 노력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그들의 화려하고 장엄하던 신들과 종교는 완전히 그 자취를 감춘 지 이미 오래다. 그런데 그처럼 미미하던 이스라엘의 종교, 저들의 신앙은 세계의 구석구석에까지 퍼짐으로써 세계 역사의 방향을 바꾸어놓았다.

땅 위에 있는 모든 족속이 너로 인해서 복을 받으리라(창세 22, 18).

이 고지는 이제 분명히 한낱 약한 민족의 교만으로 웃어버릴 수 없는 사실이 되었다. 이것은 저들 민족의 확고한 신앙의 힘이라고도 볼 수 있으며, 저들이 믿는 하느님의 약속의 이행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스라엘은 자기들의 조상을 '베두인'(bedouin, 유목민)이라고 했다. 저들은 정착지가 없이 유랑하는 유목민(遊牧民)이다. 저들은 제 땅도, 제집도 없다. 이 땅에서 저 땅으로 양떼를 몰고 이동한다. 따라서 저들에게는 언제나 내일이 보장되어 있지 않다. 반면에 저들은 말하자면 도상의 나그네로서, 어떤 일정한 것에 매여 있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미래에 대해서 개방적이었다. 이스라엘은 자기들의 삶에서 이 '베두인'적인 현실을 보았으며 동시에 하느님의 인도나 축복이 없이는 도저히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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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고전(古典)으로서의 성서
       
제1장 고전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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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현대인과 고전
제2장 성서의 특성
제3장 성서를 보는 눈
제4장 성서에서 보여주는 역사의 주체
제5장 성서의 자료와 편집
       
제2부 약속을 믿고 산 민족사 : 구약
       
제1장 한 책의 민족 이스라엘
제2장 인간사 서장
    1. 창조된 세계와 인간(아담)
    2. 잘못 출발된 역사
제3장 도상의 나그네
    1. 족장들
    2. 탈출의 족장 : 아브라함
    3. 하느님과 겨룬 사나이一야곱
제4장 엑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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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왕국시대
    1. 왕권과 국가
    2. 다윗왕조
    3. 왕국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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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장 예언자
    1. 예언자의 현장
    2. 찬양과 저주一나단
    3. 왕권과의 대결자一엘리야
    4. 종교보다 정의를一아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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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해골의 부활一에제키엘
    8. 너 위한 수난一이름없는 예언자
    9. 예언자의 말의 성격
    10. 과거, 현재, 미래
   
제3부 새로운 개벽 : 신약
   
제1장 예수의 사건
    1. 예수의 시대상
    2. 역사와 해석자
    3. 예수의 선포
        1 ) 하느님 나라의 초대
        2) 낡은 질서와의 대결
    4. 예수의 행태
        1) 무슨 권위로
        2) 예수와 민중
    5. 십자가 처형
    6. 갈릴래아에서 만나자一부활사건
제2장 예수운동의 전진(사도행전)
    1. 예루살렘에서의 예수의 민중운동
    2. 이스라엘 민중운동의 목표와 사상
    3. 민중사실
제3장 바울로의 삶과 증언
    1. 그의 삶
        1) 바울로의 위치
        2) 민중사건에 항복한 사울
        3) 바울로의 연대기
    2. 바울로의 증언
        1) 인간세계 심판
        2) 사람됨의 조건
        3) 죽음에서의 탈출
    3. 그리스도와 역사
    4. 자유인의 길
        1) 앞을 향해 달리는 삶(필립 13,1~14)
        2) 하느님 앞에 선 존재 (갈라 4, 1~10)
        3) 이웃과 더불어의 존재
    5. 바울로의 민중론
        1) 고린토교회의 사회계층
        2) 민중을 보는 바울로의 눈
        3) 택함을 받은 민중
    6. 바울로의 수난기
        1)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
        2) 예루살렘에서
        3) 문제점들
        4) 바울로는 ‘정치범’이 아닌가
        5) 예수의 수난사와 바울로의 수난기
제4장 요한의 증언
    1. 요한복음의 특이성
        1) 공관서와의 관계
        2) 요한의 정신적 풍토
        3) 예수의 새 해석
    2. 개벽의 선언
    3. 갈림길
제5장 박해와 희망(계시록의 신앙)
    1. 묵시문학의 성격
    2. 로마제국과의 대결
    3. 결단할 때
    4. 영원의 노크
    5. 마라나타
한국어로 된 성서 연구 참고문헌
전집간행에 부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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