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가 문제다.”는 이제 한국사회의 한 상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교회언론회’ 할아버지들의 바람과는 달리 그것은 반기독교를 조장하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이미지가 아니라 기독교가 사회 안에 자리 잡고 실존하는 방식과 내용 자체에서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 현상을 지적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지탄의 대상이 되며, 또 다른 모든 현상의 원인이 되는 것은 ‘독아론(獨我論)’이라고 생각합니다. [중략]
이 글에서는 오늘날 기독교가, 또 기독교의 ‘개혁’이 이러한 ‘정체성 회복’과는 다른 방식으로 제시될 수 있는 가능성을, 그리고 주-객의 독아론적 도식을 넘어선 기독교적 ‘주체화’가 가능한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저는 이것을 일단 포스트-기독교적 주체(형)성이라고 불러보고 싶습니다. 이 논의를 위해 많은 이론적 배경이 필요하지는 않겠지만, 충실한 설명을 위해 이 주제와 관련하여 매우 흥미로운 논의를 펼친 두 사람의 사상가 - 가라타니 고진과 스피노자 - 의 사유를 살짝 우회해볼 것입니다. (발표문 서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