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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루가의 교회론

by 운영자 posted Dec 1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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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루가의 교회론

그런데 묘하게 루가는 마태오와는 달리 갈릴래아에서 만나자는 예수의 약속을 전혀 다른 입장에서 쓰고 있다. 루가복음에서 예수는 마르코와 마태오와는 달리 갈릴래아가 아니라 예루살렘에 나타나신다(24, 33). 부활하신 주님은 예루살렘을 떠나지 말고 거기서 성령을 받으라고 하신다.

그리고 그의 이름으로 죄 사함을 받게 하는 회개가 예루살렘에서 시작되어 모든 민족에게 전파될 것이다. ……나는 내 아버지께서 약속하신 것을 너희에게 보낸다. ……그러므로 너희는…… 이 성 예루살렘에 머물러 있으라(루가 24, 49).

루가에게는 교회론이 있다. 루가에 의하면 교회는 성령강림절의 성령체험을 통해 생겨났다. 부활의 경험은 중요한 전환점을 가져왔다. 회개운동을 일으킨 전환점이다. 루가에게 회개운동은 구체적으로는 크리스천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크리스천이 되게 하는 복음운동이 어디서 시작하는가? 예루살렘에서부터 시작한다. 먼저 예루살렘 놈들이 회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령이 강림해야만 한다. 성령이 강림하면 이 모든 것들은 교회가 이끌어간다. 루가에 의하면 지금은 교회의 때이며, 동시에 성령의 때이다. 교회를 중심으로 회개운동이 일어나 예루살렘으로부터 시작되어 전세계로 확산되어야 한다는 것이 루가의 도식이다.

그러면 루가에게는 민중의 이야기가 없는가? 루가에게도 분명히 민중이 있다. 사도행전에 오순절의 성령체험 보도가 있다. 오순절에 성령을 받은 사람들이 각자 방언으로 말을 하는데 세계 각국에서 모인 사람들이 방언으로 세계 각국어를 말하는 사도들을 보고 놀랐다. 그리고 그들은 말한다. "보시오. 말하고 있는 이 사람들이 다 갈릴래아 사람들이 아니오!"(사도 2, 7)

루가도 갈릴래아 사람들이 교회의 중심이라는 것을 무시하지 않는다. 갈릴래아 민중에게 성령의 사건이 일어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다만 마르코복음에 나오는 민중과 루가복음에 나오는, 성령을 받고 교회 안에 들어온 민중은 차이가 있다. 그것은 마르코가 민중에 대해 사용한 '오클로스'라는 용어 대신 루가는 '라오스'(λαός)를 의식적으로 쓰고 있는 점에서이다. 마르코의 '오클로스'가 소속이 있는 민중이라면 루가의 '라오스'는 교회에 속한 민중으로 구약의 '하느님의 백성'과 유사하다.

루가는 지금 우리가 말하는 교회를 존중한다. 이 교회의 주인은 역시 갈릴래아 사람이라고 호소한다. 회개를 하고 세례를 받고 교회 안에 들어온 민중, 그들이 중심이 되어 온 땅끝까지 하늘나라를 전파한다. 이것이 루가가 보는 교회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