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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분단상태의 성격

by 운영자 posted Dec 1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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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이 주도하는 민족통일
1. 분단상태의 성격

2차 대전 이후에 인위적으로 분단된 민족이 셋 있는데, 베트남과 독일, 한국이 그들이다. 세 민족의 분단 상황이나 동기는 다르나 공통점은 외세에 의해서 분단되었다는 사실이다. 베트남은 이미 그들 나름대로의 통일을 이룩했기 때문에 논외로하고, 우리의 분단상태를 독일의 경우와 비교하면 다음과 같은 특성이 지적된다.

독일은 전범국이요 전쟁도발의 주체였던 것이 계기인데 비해, 우리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이른바 연합군에 의하여 분단되었다. 독일은 단일국가로서의 역사가 불과 백수십 년에 불과한데 비하여, 한국은 천수백 년의 통일된 단일민족이다. 독일은 수차에 걸친 전범국이기 때문에 그 민족을 옹정할 뿐만 아니라 언제나 약체로 존속시키려는 인접국가들의 뚜렷한 의지가 그 분단에 절대적으로 작용한 데 반하여, 한국은 국제적으로 어느 나라에 대해서나 위험의 대상일 수 없다. 그러므로 독일 민족과 같은 동기에서 분단되어야 할 당위성은 전혀 없었다. 우리나라를 분단시킨 숨은 동기가 있었다면 그것은 점령국들 자체의 이해관계였다고 할 수 있다.

분단된 독일은 같은 민족이라는 공통분모 외에 하나의 종교라는 공통분모가 있었다. 기독교가 바로 그것이다. 이에 대하여 한국에는 종교적 분단이라는 의식이 성립되지 않는다. 비록 우리에게도 몇 가지 종교가 있으나 이북에는 어떤 종교도, 적어도 제도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 이산가족에 대한 아픔은 비할 바가 못 된다. 독일은 비록 정치적으로 분단된 동안에도 교회(신교)는 동서독 하나의 교회로서 유지한 역사가 있으며, 하나의 교회가 분단을 강요당했어도 저들의 일치감이 강했기 때문에 동서독의 교류를 철저하게 봉쇄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비록 두 정권이지만 하나의 민족으로 머무는 운동을 교회가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에는 어떤 접촉의 매개가 될 것이 없었다. 독일에 있어서 서독은 교회기구를 통해서 계속 동독 국민을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지원했으며, 분단 이후에도 베를린을 통하여 수많은 동독인들이 자유를 선택해서 서독으로 넘어올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서독 정부는 교회기구를 통하여 동독에 감금되어 있는 많은 정치범들을 위해 막대한 돈을 지불함으로써 구할 수 있지만 한국은 완전 폐쇄된 상태로 분단이 고착됨으로써 1천만이라는 이산가족이 생겼으며, 이들은 상대방의 생사조차 알 수 없는 비극 속에서 울고 있다.

끝으로, 한국전쟁이 준 상처이다. 해방의 감격을 단일민족으로서 충분히 인식하면서 자기 주체를 재확인할 새도 없이 민족상잔의 비참한 전쟁을 맞게 된 것이다. 이 전쟁은 결코 우리만의 전쟁은 아닌 것이다. 우리 민족을 점령한 강대국의 획책에 말려든 전쟁이다. 완전 무방비상태의 한국을 버리고 어떤 대안도 제시함이 없이 한국 주둔군을 철수시킨 미국, 그리고 뒤이어 미국 방위선에서 한국을 제외했다는 미국무성의 발표 등은 한국에서 무엇을 기대한 처사인가? 북한 철수를 해방군의 자랑으로 내세운 소련이 탱크를 위시한 막대한 무기를 북한에 공급한 사실이나, 한국전쟁의 발발을 계기로 유엔안보회의를 개최했을 때 소련 대표가 참석하지 않은 의도 등은 무엇인가? 이것은 미군을 한국에 투입하게 함으로써 서방에서의 미국 세력의 공백을 노린 것이 아니겠는가?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한국전쟁은 결국 두 블록의 싸움터에서 우리 민족이 희생의 제물로 바쳐진 것으로밖에는 이해할 수가 없다.

해방! 그로부터 우리는 서로 다른 민족 사이에서도 볼 수 없는 적대관계를 심화시켰을 뿐이다. 그 결과로 모든 것이 기형화되고 있다. 정치에서 교육에 이르기까지 분단상태가 악용되고 있다. 또한 정치적 독재통치의 이유가 되고 있으며, 교육에서는 '반공' 또는 '미제국주의'의 추방을 삶의 목적인 양 세뇌해왔다. 가는 곳마다 내걸려진 반공표어와 간첩에 대한 경고문들은 국민 상호간의 불신을 애국심의 발로처럼 조장해왔다. 40년 역사에서도 모순과 바리가 판을 치는 사회에서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상 열거한 모든 병폐를 근본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민족통일의 성취에서만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