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_B_5s

축제

by 운영자 posted Oct 02, 202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제3부
축제
축제

"주께서 나를 보내심은 … 포로된 자들의 해방을 선포하고…"

이 말씀을 그렇게 되풀이해서 쓰고 말하고 했지만 지난 12일 밤에야 비로소 목격했다. "민청사건"에 갇혔던 많은 학생과 동료들이 3백여 일의 옥고에서 하루아침에 풀려난 것이다. 나는 동료들과 영등포 안양교도소를 번갈아 가며 풀려나는 저들을 맞아했다. 나는 거기서 '주께서 나를 보내심은… ' 하던 그리스도의 환영을 보았다. 교회에서 못 보던 그 환영들! 나는 이날을 위해 애타게 기도한 한국의 그리스도인들과 세계 그리스도인들의 환호 소리를 함께 들었다.

아침부터 몰려와서 옥문을 바라보며 초조히 기다리는 젊은 군상들. 그중에는 남편, 자식을 기다리는 눈물 어린 아내와 부모들의 얼굴들이 유난히 빛났다. 밤 10시 가까이부터 한 사람씩 옥문을 열고 나왔다. 그 환호 소리와 기자들의 플래시의 불빛, 창백한 백의의 석방자들을 얼싸안고 볼을 비비는 군상들. 그 고통 속에서의 300여 일도 잊은 듯 고삐를 풀어놓고 어린 망아지처럼! 그 환호에 호흡하는 젊은 혼들! 민주회복을 위해 계속 투쟁을 다짐하는 그 강한 의지! 그래 저들을 어떻게 가두느냐! 무슨 힘으로!

그러나 이 기도회에도 풀려날 수 없는 남은 이들 때문에 풀려난 기쁨이 슬픔으로 변하는 장면에 나는 울어야 했다. 우리의 기도의 과제는 계속 남았다고 생각하면서!

그것은 축제였다. 감옥 앞에서의 축제! 그러나 그것은 사육제는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애가 불타는 축제였으며 기쁨이 눈물로 변하는 축제였다.

2000년 전에 마련한 이 축제! 그러나 아직도 포로된 자, 눌린 자가 있는 한 계속될 축제를 위해 또다시 그에게 매달려야 하겠다. 금년은 희년으로 정했지. 7년 만에 한 번씩 오는 희년, 7 x 7의 49로써 50년 만에는 커다란 희년이 온다. 그때는 모든 노예가 해방되고 구부러진 것이 곧아지고 낮은 것이 높아지고 높은 것이 낮아지는 해! 우리에게 이 희년이 오기 위해 이제부터 기도를 계속해야 하겠다.

(1975. 2. 『현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