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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낙원 이야기

by 운영자 posted Sep 0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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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부
예수의 희망
하늘도 땅도 공(公)이다
1. 낙원 이야기

바울로는 "한 사람 때문에 죄가 세상에 들어왔고 또 그 죄를 통해 죽음이 들어온 것같이 사람들이 모두 죄를 범하였으므로 죽음이 온 인류에게 퍼지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한다. 그것은 창세기의 아담에 대한 그의 해석이다. 여기서 말한 죄가 무엇이며, 그 결과는 현실적으로 어떻게 나타났는지를 창세기의 실락원 이야기를 통해서 밝혀 보고자 한다.

이른바 창세기의 실락원 이야기는 1장과 2~3장 안에 서술되어 있다. 1장과 2~3장은 다른 자료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중복이 있고 혼선도 있으나 오늘은 그런 세부적인 문제를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고 이 이야기의 핵심, 즉 편집된 이 이야기에서 말하려는 의미를 밝히려고 한다.

'낙원'이란 말은 사람들의 염원이 반영된 것이다. 어떤 종족이나 어떤 종교에도 낙원 이야기가 없는 데가 없다. 이미 창세기의 낙원 이야기가 있기 전에 중동 일대에는 이와 유사한 낙원 이야기들이 전 해져 내려오고 있었다. 구약의 낙원 이야기는 이러한 낙원 이야기들을 수렴하면서 새롭게 해석했다.

그런데 왜 인류에게 낙원을 향한 영원이 있을까? 그것은 지금의 삶의 어려움을 투사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지금의 삶이 행복하고 만족하다면 구태여 낙원을 그리워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 전제에서 볼 때 낙원에 대한 그리움은 바로 현실생활에서 탈출하고 싶은 소원을 반영한 것일 수 있다. 물론 그 소원에는 현재의 세계에 대한 저항의식과 나아가서는 개혁의지가 내포될 수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즉 현재의 사회적 비리나 인간의 고통에 대한 이유의 추구가 그 원인일 수도 있다.

불행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죄 때문인가? 죄 때문이라면 죄란 도대체 무엇인가? 이 두 면을 완전히 분리할 수는 없으나 창세기의 이야기는 후자(죄)에 더 역점을 둔 것이다.

낙원 이야기는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과거지향적인 것으로, 이것은 인간세계의 본래성을 묻는 데서 나온다. 다시 말해서 지금의 현실은 본래적인 것이 아니다. 현 상태는 변질된 것이다. 그러므로 본래적인 것을 변질시칸 원인을 찾아 그것을 제거함으로 원상태를 회복해야 된다는 염원에서 생긴 것이다.

또 하나는 미래지향적인 것으로, 이 유형은 현실 부정의 면에서는 같으나 본래적인 것의 추구가 아니라 인간의 의지와 능력으로 만들어내야 하며, 또 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나온 것이다. 이른바 유토피아적인 사상이 그런 유형에 속한다. 유토피아적인 사상에는 인간 능력에 대한 신뢰가 바탕에 깔려 있다.

우리 이야기는 창세기 이야기지만 이 둘 중에서 어느 쪽인가를 묻는다면 전자에 가깝다. 창세기 이야기에는 현실에 가로놓여 있는 인간의 문제들을 타개하려는 염원이 깔려 있다.

우리 이야기에서 '맨 처음'이라는 말에 사로잡혀 연대기적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아담과 이브가 맨 처음 만들어진 사람이라고 이해하면 그 다음 이야기에서 곧 모순에 부딪힌다. 그 둘 사이에서 카인과 아벨이 났고, 아벨을 죽인 카인이 추방되었는데 그가 어떻게 누구와 더불어 한 족속을 형성할 수 있었겠는가? 그러기에 우리 이야기는 한 삶의 마당 또는 한 막이라고 보아야 한다.

여기에는 삶의 한 형태(type), 인간 삶의 한 가능성이 서술되어 있다. 그러므로 6천 년 전이거나 수백만 년 전이거나 간에 아득한 옛날에 있었던 지나간 이야기가 아니고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그대로 관련되는 것이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바울로도 아담 이야기를 지나가버린 이야기로 보지 않고, 지금 우리에게 직접 관련이 있으며 인간은 그와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즉 아담이 지은 죄와 같은 죄를 우리도 짓고 있다는 말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 이야기는 오늘 우리에게 기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며, 우리는 동시에 그 문제의 해결을 인간 역사의 궁극적 목적으로 보는 것이다. 이런 생각에서 그 유명한 아담―그리스도 도식이 나온다. 인간은 아담―그리스도라는 알파와 오메가 사이에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