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병무전집1 |
역사와 해석
(한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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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성서에서 보여주는 역사의 주체

by 운영자 posted Sep 0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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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성서에서 보여주는 역사의 주체

이 책에서는 편의상 성서가 경전으로 된 순서를 밟아 창세기 이야기로부터 시작했으나 역사적으로 볼 때에 구약은 원래 출애굽을 기점으로 삼고 있다. 출애굽사건은 예배의식의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그것은 약간씩 변화하거나 새로운 요소들을 가미하면서 마치 심포니의 중심 멜로디처럼 반복된다.

제 선조는 떠돌며 사는 아랍인이었습니다. 그는 얼마 안 되는 사람을 거느리고 에집트로 내려가서 거기에 몸붙여 살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거기에서 불어나 크고 강대한 민족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에집트인들은 우리를 억누르고 괴롭혔습니다. 우리를 사정없이 부렸습니다. 우리가 우리 선조들의 하느님 야훼께 부르짖었더니 야훼께서는 우리의 아우성을 들으시고 우리가 억눌려 고생하며 착취당하는 것을 굽어살피셨습니다. 그리고 야훼께서는 억센 손으로 치시며 팔을 뻗으시어 온갖 표적과 기적을 행하심으로써 모두 두려워 떨게 하시고는 우리를 구출해내셨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를 이곳으로 데려오시어 젖과 꿀이 흐르는 이 땅을 우리에게 주셨습니다(신명 26, 5-9).

이 같은 내용은 계속 후손들에게 전승한 것임을 다음에서 볼 수 있다.

앞으로 너희 자손들이 묻거든…… 이렇게 대답하라! 우리는 에집트에서 파라오의 종 노릇을 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야훼께서 강한 손으로 에집트를 내려치시고 우리를 거기에서 이끌어내셨다 ……(신명 6, 20-24).

이와 같은 내용의 고백이 사무엘상 12장 8절, 시편 136장 1~26절, 여호수아 24장 2~13절 등에 계속 반복되는데, 끝의 것은 훨씬 자세하고 새로운 요소가 가미됐으나 모두 출애굽기의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저들은 에집트에서 노예였다는 고백이다.

그때의 저들을 '히브리'라고 불렀는데, 그것은 한 민족의 이름이 아니고 밑바닥 계급을 나타낸 말이다. 그리고 이스라엘만이 아니라 고대 중동에 APR을 근간으로 하는 합비루 등으로 부른 계층이 여러 가지 문헌에 나돈다(79면 이하 참조). 이들은 지금의 말로 하면 민중이다. 그러므로 저들은 자신들의 전통에 있어서 민중의 해방을 주제로 삼고 있다. 그런데 그 전통이 예수에게서 뚜렷하게 이어지고 있다. 희랍어로 '오클로스'란 바로 예수를 둘러싼 그 민중을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이 민중의 해방이 큰 줄기로 성서 전체를 꿰뚫고 있다. 이 점이 다른 모든 고전과 비교해서 볼 때 성서의 고유한 특성임이 재확인된다. 이 점은 이 책에서 계속 주목해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