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전집

전집은 OCR 스캔 잡업으로 진행되어 오탈자가 있습니다.
오탈자를 발견하면 다음과 같이 등록해 주시면 관리자가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1. 수정 요청을 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2. 본문을 읽는 중에 오탈자가 있는 곳을 발견하면 앞뒤 텍스트와 함께 마우스로 선택합니다.
3. 그 상태에서 [오른쪽 마우스]를 클릭하여 나타나는 창에서 수정 후 [수정요청]을 클릭합니다.
4. 각주의 경우에는 각주 번호를 마우스오버하여 나타난 창을 클릭하면 수정요청 창이 열립니다.

※ 컴퓨터 브라우저에서만 가능합니다.
| 안병무전집1 |
역사와 해석
(한길사)
3. 하느님과 겨룬 사나이 -야곱

야곱은 이스라엘의 시조로 삼는 인물이다. 이스라엘은 12지파의 공동체로 되어 있는데, 그 근원을 야곱의 열두 형제에게서 찾는다. 그리고 이스라엘이라는 이름도 야곱에게서 연유한다.

너는 하느님과 겨루어냈고 사람과도 겨루어 이긴 사람이다. 그러니 다시는 너를 야곱이라 하지 말고 이스라엘이라 하여라(창세 32, 28).

하느님과 겨룬 사람이란 하느님께 반항했다는 것이 아니고 하느님과 싸워서 그의 축복을 받아냈다는 뜻인데, 아무튼 하느님과 겨루면서까지 뜻을 관철한 이 같은 집념의 사나이는 구약성서에서 그 예를 다시 찾을 수 없다. 그러나 야곱에 관한 이야기는 이스라엘 민족사를 압축한 것 같기 때문에 중요하다.

다른 설화와 마찬가지로 야곱에 관한 민담은 어디까지나 역사로 간주될 수 있는지 구별해내기가 어렵다. 그만큼 민담화되어 오랜 전승 끝에 J편자와 E편자, P편자의 손을 거쳐 오늘의 모습으로 보존 되었다. 그런데 야곱에 관한 민담은 그 형제인 에사오와의 관계에서 서술되었는데, 에사오는 에돔 족속(Edomites)의 선조로 전제되고 있으므로 야곱과 에사오 사이의 차이, 경쟁, 성격 그리고 삶의 양식은 두 족속의 그것을 반영하고 있다. 그런 뜻에서 역사적 바탕을 제시하려고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야곱에게서 반영된 이스라엘 족속이다. 쌍둥이인 두 아이는 뱃속에서부터 싸웠다. 해석자는 야훼의 이름으로 "태(胎)에 두 민족이 들어 있다"고 한다.

에사오는 살결이 붉고 온몸에 털이 많았다고 한다. 이스라엘이 생각하는 에돔 족속의 모습이다. 야곱은 먼저 나오는 에사오의 발꿈치를 잡고 나왔다. 벌써 투쟁을 상징한다. 에사오는 사냥꾼이고 야곱은 반유목형태의 정주민(천막에 머물다)이다. 이것은 문화의 연륜에서 보면 에사오가 더욱 원시적 족속임을 상징한다. 이스라엘의 이웃나라에는 암몬 족속(Ammonites), 모압 족속(Moabites) 그리고 에돔 족속이 있었는데, 이스라엘 족속은 그들이 같은 혈연임을 알고 있었다. 이들은 유목 또는 반유목의 아람족(Arameans)으로 고대 바빌론 땅에 이동하여 갈대아족(Chaldeans)이라는 지배적 세력이 되기도 했는데, 이스라엘은 그중의 일부가 팔레스틴에 들어와서 이루어진 것이다.1)군네벡(H. J. Gunneweg), 문희석 역, 『이스라엘 역사』, 한국신학연구소, 1977, 33면 이하. 에사오와의 설화는 이 같은 족속 사이의 문제를 반영한 것으로, 야곱의 우월권에 대한 서술은 결국 이스라엘의 인접 족속에 대한 우월권을 의미한다.

야곱은 에사오가 사냥에서 돌아오는 길목에서 붉은 팥죽을 장만하여 대기하고 있었다. 배가 고파서 나타난 에사오에게 팥죽을 주는 대가로 장자권(長子權)을 받아낸다. 다음에는 노경(老境)의 아버지 이사악이 장자에게 내릴 축복을 눈속임으로 가로채어 명실공히 장자가 누릴 권리를 빼앗는다. 그뿐이 아니다. 속여서 축복을 갈취한 후에 야곱은 에사오의 분노가 무서워 동부 요르단 지방으로 도망하여 그 곳에서 부지런함과 집념과 간교함으로 두 아내를 취하고 많은 가축을 이끌고 돌아온다. 그리고 마침내 신과 겨루어 족장으로서 새 축복을 받아낸다(창세 32, 22~32. 얍복 강가에서 벌인 신과의 싸움은 水神의 전설이 야곱의 생애와 결합된 것으로 본다. 그 내용은 해석학적이나, 야곱의 집념을 과시하는 좋은 소재로 동원되었다).

야곱의 이야기에서 주목할 것은 이스라엘 종족을 중심으로 한 중동 일대의 종족사를 아는 일도 아니고, 그렇다고 흔히 있는 민담의 특수성도 아니다. 요는 이스라엘이 그들의 경전으로 책정한 야사적인 민족사에서 다른 사람도 아닌 원조(元祖)로 내세우는 인물을 이렇게 전할 수 있는 정신적 자세이다. 어느 민족이나 자기 역사를 미화하고 약점을 감추려고 하며 두드러진 인물들을 부각시킨다. 그러나 구약에는 그런 수고가 없는데, 야곱의 경우가 그 두드러진 예이다. 물론 이것이 문서화되기 전에 민중의 구전(口傳)으로 된 자료가 있었기에 편자들이 그대로 전할 수밖에 없었다고 할 수 있으나, 저들이 만일 윤리나 도덕성에 큰 무게를 두었다면 비도덕적인 요소를 제거하거나 미화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그런 것에 크게 매이지 않는다. 그 까닭은 이스라엘의 주인은 하느님이고 사람이 아니라는 근본적인 대전제 때문일 것이다.

야곱은 목적을 위해서 수단을 가리지 않는 위인이다. 목적을 위해서는 변장을 하고 속이기도 하며 동시에 부지런하고 집요하다. 만년의 그에 대한 기록에는 종교적인 면이 두드러지나 목적을 이루는 과정에서는 그런 모습을 볼 수 없다. 축복을 위해서 마침내 신과의 씨름까지 불사한 것을 종교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것은 이기적 집념의 표현일 따름이다. 또 그가 세겜(Shechem)이나 베델(Bethel) 등에서 신을 만난 기념으로 돌단을 쌓았다는 기록이 있으나, 실은 그 두 곳은 이미 오래 전에 성지로 알려진 곳으로서 이스라엘 민족의 연고권을 확인하려는 것이지 야곱의 신앙심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야곱 민담에서 중요한 것은 족장설화에 일관되는 하느님 축복의 재확인이다.

나는 지금 네가 누워 있는 이 땅(베델)을 네 후손에게 주리라. 네 후손은 땅의 티끌만큼 불어나서 동서남북으로 널리 흩어질 것이다. ……너에게 약속한 것을 다 이루어줄 때까지 나는 네 곁을 떠나지 않으리라(창세 28, 13~15).

이것은 아브라함에게 준 약속과 같은 내용으로 야곱의 행동과 상관없이 수차례 계속된다. 이 약속은 야곱의 윤리적 결함 따위와 상관 없이 일관된다. 그러나 그 약속은 삶을 순탄하게 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이다. 그의 삶은 그의 피나는 노력으로 이끌어가야 했다. 그러므로 그는 자기 생애를 이렇게 말한다.

이 세상 떠돌기 벌써 130년, 살아온 나날이 궂은 일뿐(창세 47, 9).

야곱을 현대의 눈으로 규정한다면 영웅도 현인 따위도 아니고 오히려 불우한 상황에서 살려고 몸부림친 민중의 한 대표라고 할 수 있겠다.

참고문헌

김아곤, 「요셉 이야기에 나타난 고난신학」, 『구약성서의 고난이해』(한국신학연구소, 1990).

장일선, 『구약전승의 맥락』(대한기독교출판사, 1983).

베스터만, K., 「족장들의 이야기」, 『천년과 하루』(한국신학연구소, 1983).

트리블, P., 「하갈 : 외롭게 버려진 여종 : 창세기 16장 1절~16정; 21장 9절~21절」, 이우정 편역, 『여성해방을 위한 성서연구』(한국신학연구소, 1988).


| 안병무전집1 |
역사와 해석
(한길사)
List of Articles
표지
증보판에 부치는 말
머리말
       
제1부 고전(古典)으로서의 성서
       
제1장 고전의 의미
    1. 인류와 고전
    2. 현대인과 고전
제2장 성서의 특성
제3장 성서를 보는 눈
제4장 성서에서 보여주는 역사의 주체
제5장 성서의 자료와 편집
       
제2부 약속을 믿고 산 민족사 : 구약
       
제1장 한 책의 민족 이스라엘
제2장 인간사 서장
    1. 창조된 세계와 인간(아담)
    2. 잘못 출발된 역사
제3장 도상의 나그네
    1. 족장들
    2. 탈출의 족장 : 아브라함
    3. 하느님과 겨룬 사나이一야곱
제4장 엑소더스
    1. 히브리
    2. 모세
    3. 하느님과의 계약
    4. 십계명
제5장 종족공동체의 형성
    1. 가나안 정착
    2. 이스라엘 종족동맹
    3. 판관들
        1) 판관 삼손(판관 13~16장)
        2) 판관 기드온(판관 6~8장)
제6장 왕국시대
    1. 왕권과 국가
    2. 다윗왕조
    3. 왕국시대
        1) 솔로몬 왕
        2) 분단 200년
제7장 예언자
    1. 예언자의 현장
    2. 찬양과 저주一나단
    3. 왕권과의 대결자一엘리야
    4. 종교보다 정의를一아모스
    5. 남은 무리 一이사야
    6. 심판과 새 가능성 一예레미야
    7. 해골의 부활一에제키엘
    8. 너 위한 수난一이름없는 예언자
    9. 예언자의 말의 성격
    10. 과거, 현재, 미래
   
제3부 새로운 개벽 : 신약
   
제1장 예수의 사건
    1. 예수의 시대상
    2. 역사와 해석자
    3. 예수의 선포
        1 ) 하느님 나라의 초대
        2) 낡은 질서와의 대결
    4. 예수의 행태
        1) 무슨 권위로
        2) 예수와 민중
    5. 십자가 처형
    6. 갈릴래아에서 만나자一부활사건
제2장 예수운동의 전진(사도행전)
    1. 예루살렘에서의 예수의 민중운동
    2. 이스라엘 민중운동의 목표와 사상
    3. 민중사실
제3장 바울로의 삶과 증언
    1. 그의 삶
        1) 바울로의 위치
        2) 민중사건에 항복한 사울
        3) 바울로의 연대기
    2. 바울로의 증언
        1) 인간세계 심판
        2) 사람됨의 조건
        3) 죽음에서의 탈출
    3. 그리스도와 역사
    4. 자유인의 길
        1) 앞을 향해 달리는 삶(필립 13,1~14)
        2) 하느님 앞에 선 존재 (갈라 4, 1~10)
        3) 이웃과 더불어의 존재
    5. 바울로의 민중론
        1) 고린토교회의 사회계층
        2) 민중을 보는 바울로의 눈
        3) 택함을 받은 민중
    6. 바울로의 수난기
        1)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
        2) 예루살렘에서
        3) 문제점들
        4) 바울로는 ‘정치범’이 아닌가
        5) 예수의 수난사와 바울로의 수난기
제4장 요한의 증언
    1. 요한복음의 특이성
        1) 공관서와의 관계
        2) 요한의 정신적 풍토
        3) 예수의 새 해석
    2. 개벽의 선언
    3. 갈림길
제5장 박해와 희망(계시록의 신앙)
    1. 묵시문학의 성격
    2. 로마제국과의 대결
    3. 결단할 때
    4. 영원의 노크
    5. 마라나타
한국어로 된 성서 연구 참고문헌
전집간행에 부치는 말
판권
Board Pagination Prev 1 Next
/ 1
위로
텍스트를 수정한 후 아래 [수정요청] 버튼을 클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