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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병무전집1 |
역사와 해석
(한길사)
2. 모세

히브리인의 탈출은 한 인물의 자각(自覺)에서 시작된다. 그는 바로 이스라엘의 질서를 형성한 상징으로 추앙받는 모세이다.12)모세의 소명에 대한 기사는 3장과 6장 두 번 나온다. 이것은 모세에 관한 두 자료가 있었다는 증거이다. 그러나 성서의 전승은 모세라는 인물 자체의 위대성에 주목하지 않고 모세를 통해서 히브리인=이스라엘을 인도하고 축복하려는 하느님의 뜻과 행위에 관심을 둔다. 하느님은 초야에 묻힌 모세에게 이렇게 명령한다.

이제 이스라엘 자손의 부르짖음이 내게 달하고 에집트 사람이 그들을 괴롭게 하는 학대도 내가 보았으니, 이제 내가 너를 파라오에게 보내어 너로 내 백성 이스라엘 자손을 에집트에서 인도하여 내게 하리라(출애 3, 9~10).

출애굽기 6장에 보면, "유랑민으로 몸붙여 살며", "에집트인들에게 혹사당하는 이스라엘 백성"을 "에집트인들의 종살이에서" 빼내고 그 고역에서 건져내라는 야훼의 말씀이 있다.

그러나 모세는 계속적으로 그 뜻에서 도피하려고 하며 자기의 무능을 고백한다. 그러한 모세에게 있어서 하느님은 이스라엘을 인도 하기 위해서 그를 압도하는 의지이다. 출애굽기의 서술에 의하면 이스라엘은 모세를 앞세운 하느님의 인도로 에집트를 탈출한다. 그러나 저들은 계속적으로 절망적인 상황에 부닥치며 그 다음의 길이 보이지 않을 때마다 기적적으로 이끌어내는 하느님의 인도를 경험한다. 저들에게는 약속이 주어졌다. 그러나 약속을 받은 그 세대는 도상의 나그네로서 끝을 맺는다. 즉 약속의 성취는 경험하지 못하고 오직 그것을 희망으로 안고 죽은 셈이다.

우리가 이 이야기 전체를 아브라함의 이야기와 비교하면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아브라함의 새 출발이 탈출이듯이 이스라엘의 민족사도 탈출에서 시작된다. 또한 아브라함이 미래의 약속을 받았으나 자신은 경험하지 못하고 도상에서 죽은 것처럼, 탈출한 이 민족의 세대도 도상에서 끝난다. 아브라함이 계속적인 절벽에 부닥칠 때마다 하느님의 인도를 경험한 것처럼, 이 민족의 역사과정도 그러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유사점은 아브라함이 그 인간적인 약점, 또 하느님에 대한 회의가 있었듯이, 이스라엘의 출애굽의 모습도 그러했다는 것이다. 아니, 저들은 아브라함보다 더 심하게 방황했으며 때로는 하느님께 도전하고 원망했다. 그럴 때마다 저들은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하느님의 축복을 경험한다.

저들의 광야 40년은 유랑기였다. 이것은 이스라엘 민족이 형성되는 기간이라고 볼 수 있다. 저들이 에집트에 있을 때까지만 해도 한 민족이라고 할 수 없었다. 저들은 비슷한 말을 사용했는지는 몰라도 예집트에 반항하여 탈출하려는 점에서 한데 뭉쳐진 것이지, 한 민족의 얼이 형성되었으리라고는 볼 수 없다. 참된 한 민족의 형성은 지연이나 혈연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거기에는 무엇보다도 관심의 초점이 하나로 모여야 한다. 즉 사상적인 통일이다. 광야 40년의 유랑기간의 간단한 기록을 보면, 저들은 에집트의 억압에서 일단 풀려남과 더불어 저들이 단지 하나의 오합지졸임이 드러났다. 저들은 각각 자기 나름대로의 욕망과 관심으로 흩어져 있었음을 볼 수 있었다. 이로써 그 탈출의 대열은 혼란을 빚어냈다.

모세는 저들의 영도자이며 동시에 하느님의 사람이었다.

그는 이들을 인도하는 과제와 동시에 이스라엘 민족의 얼을 형성하라는 소명을 받았다. 그것은 바로 역사 안에서 활동하는 '야훼'라는 하느님에 대한 신앙의 확립이다. 그 하느님은 어떤 분이며, 그의 뜻이 역사 안에서 어떻게 실현되는가는 모세가 소명을 받는 장면에서 뚜렷하게 드러나 있다.

모세는 미디안 땅에서 양을 치고 있었다. 그런데 떨기나무에 불이 붙고 있었으나 타지 않는 신비한 경험을 한다. 그러나 그는 그러한 신비한 경험 자체에서 어떤 것을 발견한 것이 아니다. 그는 그 다음에, "나는 네 조상의 하느님이니 아브라함의 하느님, 이사악의 하느님, 야곱의 하느님이라"는 말씀을 듣는다. 이것은 하느님의 말씀이다. 이 하느님은 추상적사변적인 데서 인식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역사적으로 활동하는 하느님이다. 아브라함, 이사악, 야곱을 인도하고 축복한 바로 그 하느님이다. 즉 이미 역사 안에 활동한(과거) 하느님이다.

그러면 이 하느님의 뜻은 어떻게 나타나는가? 그의 뜻은 엑스터시한 몰아(沒我)의 경지에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지금도 이스라엘 백성의 아우성 소리가 들려온다. 또한 에집트인들이 그들을 못살게 구는 모습도 보인다. 내가 이제 너를 파라오에게 보낼 터이니 너는가서 내 백성 이스라엘 자손을 에집트에서 건져내어라(출애 3, 9~10).

모세는 이러한 고지를 듣는다. 이 말씀은 하느님의 뜻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를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하느님의 뜻과 상황(situation)—이스라엘이 에집트에서 신음한다는 사실—과 모세라는 인간의 할 일이 동시에 나타나 있다.

여기서 하느님의 뜻과 이스라엘의 부르짖음이 유리되어 있지 않으며, 이스라엘의 역사적 상황, 즉 저들을 위해서 모세가 해야 할 소명의식과 하느님의 뜻이 유리되어 있지 않다. 모세는 이스라엘의 부르짖음 속에서 하느님의 부르심을 들었고, 하느님의 부르심 속에서 이스라엘의 부르짖음을 들은 셈이다. 그는 역사 밖에 있는 하느님 또는 역사 밖에서 역사를 향한 하느님의 뜻을 들은 것이 아니라, 바로 역사적 상황 자체 안에서 하느님의 명령을 듣는다. 이 하느님은 지금 이스라엘 안에서 활동한다(현재). 그러나 동시에 이스라엘을 에집트에서 해방시키고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으로 인도하려는 하느님이다(미래).

다음에 중요한 것은, 하느님의 뜻을 듣는다는 것과 그 뜻을 결단을 통해서 행동에 옮긴다는 것이 유리되지 않고 동시적이라는 사실이다. 독일어에서 '듣는다'는 말과 '복종한다'는 말은 같은 어휘이다. 우리말에서도 누구의 '말을 듣는다'는 것은 '귀로 듣는다'는 말만이 아니라 '그대로 복종한다'는 의미가 있는 것과 같다. 모세는 내가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을까 하고 반문한다. 그는 역사적 상황에서 자기의 과제를 보면서도 자기의 무능을 고민하는 것이다.

모세는 새삼 그 하느님이 누구인지, 그 이름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그는 뜻밖에 "나는 나다"(I am that I am)라는 대답을 듣는다. 이 대답은 중요한 의미를 나타낸다. 이 대답의 원문은 "나는 나였다(과 거). 나는 나다(현재), 나는 나일 것이다(미래, I become what I become)"로도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이 대답이 지금 말씀하는 것, 지금 활동하는 사건 자체를 떠난, 어떤 다른 것의 추구도 거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는 과거, 현재, 미래에도 활동하는, 말하자면 역사적 사건 자체라는 뜻이다. 모세는 이스라엘을 구출하기로 결심한다. 그리 함으로써 그는 하느님의 뜻을 안다. 이로써 이 하느님의 뜻은 홀로 성립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상황과 인간의 결단과 더불어 이루어진다. 이 사실은 아브라함에게서도 볼 수 있다. 하느님은 직접 이스라엘, 그리고 전세계를 인도하는 것이 아니라, 아브라함을 통해서한다고 했다.

하느님은 불과 구름기둥으로 광야에서 저들을 인도했다고 한다. 저들을 앞장서 간다는 것이다. 이 하느님은 위에 있는 하느님이 아니라 역사의 평면에서 앞장서 가는 하느님이다. 그러나 이스라엘 자체가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듯이 역사 자체에 그 목적이 내포된 것은 아니다. 그 하느님은 역사 자체는 아니다. 만일 이스라엘 민족의 뜻의 총화가 이스라엘 역사였다면 저들은 전혀 다른 방향, 아니 영원히 도중에서 헤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느님이 역사에 앞장서 간다는 것은 그 대열의 뜻에서 한걸음 앞 섰다는 말은 아니다. 이스라엘은 도중에서 자주 자기들의 요청에 따라서 방향을 바꾸다가 암초에 부딪치곤 했다. 그럴 때마다 저들은 저들의 뜻의 실현으로서의 역사에 제동을 걸고, 그러한 역사를 거슬러 가는 전혀 다른 의지로서의 하느님을 경험했다.

하느님이 앞서서 인도한다는 것은 미래로 향한 문이 열렸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서 이스라엘이 이 인도를 거부했다는 것은 과거로 방향을 돌리거나 지금 가진 것에 정착하려는 요구였다.

참고문헌

안병무, 「모세」, 『現存』 제88호(1978. 1).

김이곤, 「모세의 하느님 야훼와 그의 본질」. 『신학사상』 제68호(1990. 봄).

장일선, 「구약성서 중의 역사와 신화에 관한 한 연구 - '바다의 노래'를 중심으로」. 『신학사상』 제28호(1980. 봄).

맥브라이트, S.D., 「초월적 권위 :구약전승에 있어서 모세의 역할」, 『기독교사상』 제387호(1991. 3)

삐에로, A., 「출애굽 사건과 정치신학적 해석」, 『기독교사상』 제327호(1985. 9).


| 안병무전집1 |
역사와 해석
(한길사)
List of Articles
표지
증보판에 부치는 말
머리말
       
제1부 고전(古典)으로서의 성서
       
제1장 고전의 의미
    1. 인류와 고전
    2. 현대인과 고전
제2장 성서의 특성
제3장 성서를 보는 눈
제4장 성서에서 보여주는 역사의 주체
제5장 성서의 자료와 편집
       
제2부 약속을 믿고 산 민족사 : 구약
       
제1장 한 책의 민족 이스라엘
제2장 인간사 서장
    1. 창조된 세계와 인간(아담)
    2. 잘못 출발된 역사
제3장 도상의 나그네
    1. 족장들
    2. 탈출의 족장 : 아브라함
    3. 하느님과 겨룬 사나이一야곱
제4장 엑소더스
    1. 히브리
    2. 모세
    3. 하느님과의 계약
    4. 십계명
제5장 종족공동체의 형성
    1. 가나안 정착
    2. 이스라엘 종족동맹
    3. 판관들
        1) 판관 삼손(판관 13~16장)
        2) 판관 기드온(판관 6~8장)
제6장 왕국시대
    1. 왕권과 국가
    2. 다윗왕조
    3. 왕국시대
        1) 솔로몬 왕
        2) 분단 200년
제7장 예언자
    1. 예언자의 현장
    2. 찬양과 저주一나단
    3. 왕권과의 대결자一엘리야
    4. 종교보다 정의를一아모스
    5. 남은 무리 一이사야
    6. 심판과 새 가능성 一예레미야
    7. 해골의 부활一에제키엘
    8. 너 위한 수난一이름없는 예언자
    9. 예언자의 말의 성격
    10. 과거, 현재, 미래
   
제3부 새로운 개벽 : 신약
   
제1장 예수의 사건
    1. 예수의 시대상
    2. 역사와 해석자
    3. 예수의 선포
        1 ) 하느님 나라의 초대
        2) 낡은 질서와의 대결
    4. 예수의 행태
        1) 무슨 권위로
        2) 예수와 민중
    5. 십자가 처형
    6. 갈릴래아에서 만나자一부활사건
제2장 예수운동의 전진(사도행전)
    1. 예루살렘에서의 예수의 민중운동
    2. 이스라엘 민중운동의 목표와 사상
    3. 민중사실
제3장 바울로의 삶과 증언
    1. 그의 삶
        1) 바울로의 위치
        2) 민중사건에 항복한 사울
        3) 바울로의 연대기
    2. 바울로의 증언
        1) 인간세계 심판
        2) 사람됨의 조건
        3) 죽음에서의 탈출
    3. 그리스도와 역사
    4. 자유인의 길
        1) 앞을 향해 달리는 삶(필립 13,1~14)
        2) 하느님 앞에 선 존재 (갈라 4, 1~10)
        3) 이웃과 더불어의 존재
    5. 바울로의 민중론
        1) 고린토교회의 사회계층
        2) 민중을 보는 바울로의 눈
        3) 택함을 받은 민중
    6. 바울로의 수난기
        1)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
        2) 예루살렘에서
        3) 문제점들
        4) 바울로는 ‘정치범’이 아닌가
        5) 예수의 수난사와 바울로의 수난기
제4장 요한의 증언
    1. 요한복음의 특이성
        1) 공관서와의 관계
        2) 요한의 정신적 풍토
        3) 예수의 새 해석
    2. 개벽의 선언
    3. 갈림길
제5장 박해와 희망(계시록의 신앙)
    1. 묵시문학의 성격
    2. 로마제국과의 대결
    3. 결단할 때
    4. 영원의 노크
    5. 마라나타
한국어로 된 성서 연구 참고문헌
전집간행에 부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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