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병무전집1 |
역사와 해석
(한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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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가나안 정착

by 운영자 posted Sep 0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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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종족공동체의 형성
1. 가나안 정착

가나안은 이스라엘의 희망의 구체적 상징이다. 그들의 희망은 땅과 결부되어 있다. 그러므로 가나안 정착이야기가 중요한데 바로 그런 탓인지 여러 갈래로 보도되어 이해하기가 꽤나 어렵다. 여호수아 12장까지 보면 저들은 군사적 저돌력으로 승승장구하여 가나안을 정복해버린 것으로 묘사되어 있다. 이런 인상은 여호수아 11장 끝절이 "이로써 전국에서 전란이 멎었다"고 하며, 여호수아 12장에서는 정복한 땅들과 종족들의 이름을 나열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여호수아 13장에서부터 다른 이야기가 전개된다. 우선 늙은 여호수아에게 점령할 땅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고 하고 그 이름들을 돈다. 그 땅들을 점령 못했다면 이스라엘은 가나안의 주변, 즉 산악지대 정도를 점유한 것밖에는 안 된다. 그것은 판관기에 이르면 더욱 확실해진다. 판관기 2장에서 이스라엘이 야훼의 명을 어겨 그들을 '잡는 그물'이 되고 '옭아매는 올무'가 될 이 민족을 '너희들 앞에서 몰아내지 않으리라'(3~4)고 하는가 하면 3장에는 가나안 전쟁을 통하여 이스라엘 사람들을 빠짐없이 시험하기 위해서 많은 다른 종족과 공존하게 할 것이라고 하고 그 종족들의 이름을 나열하고 있다(3, 1~6). 이로써 가나안을 군사적으로 단숨에 정복했으리라는 추측은 무너지고 다음 같은 여러 가설이 무성하게 되었다.

첫째, 에집트에서 온 히브리가 군사적으로 일거에 가나안을 정복했다(울부라이트 등).

둘째, 정복한 것이 아니라 점차적으로 잠입 정착하되 군주국들이 평지를 점유한 데 대해 산악지대를 점유하였다(알트).

셋째, 에집트에서 들어온 히브리와 가나안 안의 군주 밑의 농노인 히브리가 결탁 봉기하여 점령한 지역에서 종족동맹을 만들었다(멘델론).

판관기 6장 7~10절을 보면 셋째 가설이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그 안에는 분명 다른 두 히브리가 공존한 것이 드러나며 또 여호수아 12장에서는 종족 일반과 싸운 것이 아니고 군주들과 싸운 것으로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