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만한 한 예언자의 모습은 이스라엘의 왕조 건립과 더불어 나타난다. 다윗왕 때의 나단이 그 사람이다.
다윗은 이스라엘의 첫 왕은 아니다. 그는 사무엘에게 임명받아 사울왕의 뒤를 이은 자다. 그러나 사울왕 때의 판도는 보잘것없었을 뿐 아니라 그를 왕으로 인정하는 범위도 극히 제한되어 있었다.
다윗은 한낱 목동으로서 사울에게 일면 무훈(武勳)으로, 또 예술에 능하여 점점 두각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사울왕의 질투를 사 그를 피해 전전하다가 그가 죽은 다음에 그의 족속인 유다 지역의 왕으로 인정받고, 점차 그 판도를 넓혀서 이스라엘 지역 전반의 왕으로서 인정받게 되고 숙적이었던 서쪽의 불레셋, 그리고 동남쪽의 암몬, 모압, 에돔 등을 평정하여 시리아, 팔레스틴 일대를 손에 넣었다.
그러나 그런 정도로서 그의 공적이 영원히 남아야 할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물론 그는 인품이 특출했고, 정치적 수완도 대단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그것에 못지않게 약점도 많이 가진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에게 결정적인 의미를 부여한 것은 바로 나단이라는 예언자였다. 나단은 그에게 하느님의 약속을 전달했다. 그것은 하느님이 다윗과 그 자손을 선택하고 축복했다는 것이다(삼하 7장). 이것이 그의 왕조에 결정적인 의미를 부여했으며 온 이스라엘이 그를 추앙하고 마침내 그의 자손에게서 메시아가 나타날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했다.
이 나단의 고지(告知)가 없었던들 이스라엘은 다윗왕조의 성쇠에 따라서 그 기대도 상하곡선을 그렸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다윗의 업적은 그 대를 지속하지 못하고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그들의 기대도 허물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예언자의 고지 때문에 눈앞에 믿을 만한 근거가 보이지 않아도 그 희망을 잃지 않고 궁극적인 미래의 축복을 기다릴 수 있었던 것이다.
나단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전혀 보도되어 있지 않다. 그는 단 세 번 다윗에게 나타났을 뿐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다윗이 그의 말을 절대적으로 인정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다윗이 없이는 나단도 있을 수 없다. 나단은 다른 나라의 왕조사에서 보는 것과 같이 지혜를 제공하는 현인 따위와는 전혀 다르다. 다윗은 그를 하느님의 사람으로 인정해서 그의 지혜를 빌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의 입을 통한 말씀에 복종하였던 것이다. 여기 이스라엘 역사의 특수성의 비밀이 있다.
나단은 다윗왕의 편에 섰다. 나단은 그에게 하느님의 축복과 약속을 전달했다. 그러나 이것은 동시에 다윗으로 하여금 하느님 앞에 책임지는 존재이게 했다. 하느님의 약속과 축복은 인간의 응답과 유리 된 것이 아니다. 하느님의 뜻은 인간이 책임 있는 자각으로 응답할 때에만 현실이 된다. 따라서 하느님의 약속과 축복은 다윗의 책임의식의 객관화이다.
주께서 주의 백성 이스라엘을 세우사 영원히 주의 백성을 삼으셨사오니 여호와여 주께서 저희 하느님이 되셨나이다(삼하 7, 24).
이것이다윗의 응답이다. 하느님이 이스라엘민을 그의 백성으로 삼는다는 것은 하느님을 그들의 주(主)로 받든다는 것과 유리되지 않는 동시적인 것이다.
그러나 다윗은 하느님 앞에 책임지는 존재임을 잊은 때가 있다. 그가 자기의 부하 우리야의 아내를 탐내어 우리야를 전선에 보내어 죽게 하는 비겁한 사나이로 전락했던 것이 그것이다. 다윗은 자기의 부하인 우리야가 전쟁에 나간 사이에 우리야의 아내와 간통한다. 그것까지도 용서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그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서 전선에 있는 우리야를 귀환시켜 그녀와 동침하게 하려고 했는데 그것이 실패로 돌아가자 우리야를 전선에 보내 죽게 하고, 그녀를 아내로 맞이했다(삼하 11장). 이때 예언자 나단은 다윗 앞에 선다. 그리고 그는 다윗의 이 잘못을 준엄하게 책망한다.
다윗을 찾은 나단은 이런 이야기를 시작한다.
어떤 성에 두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한 사람은 부자였고 한 사람은 가난했습니다. 부자에게는 양도 소도 매우 많았지만, 가난한 이에게는 품삯으로 얻어 기르는 암컷 새끼양 한 마리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부찻집에 손님이 하나 찾아왔습니다. 주인은 손님을 대접하는 데 자기의 소나 양을 잡기가 아까워서, 그 가난한 집 새끼양을 빼앗아 대접했습니다(삼하 12, 1~14).
이 이야기를 들은 다윗이 "저런 죽일 놈! 세상에 그럴 수가 있느냐? 그런 인정머리없는 짓을 한 놈을 그냥 둘 수는 없다"고 소리치 자, 나단은 "임금님, 당신이 바로 그 사람입니다" 하고 다윗을 책망한다. 권좌에 앉은 자의 정곡을 찌른 것이다. 나단은 하느님이 그를 선택한 것을 상기시키고, 그러나 다윗이 자기의 책임을 망각했기 때문에 다윗의 후예에게 말할 수 없는 수난이 따를 것이라고 저주한다. 여기서도 하느님의 약속은 결코 일방적으로 성취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응답, 인간의 결단과 직결된다는 원칙이 충분히 반영되었다.
예언자 나단! 하느님의 약속과 축복을 전달한 그는 이에 대한 책임을 망각한 이스라엘의 주권자 다윗에게 주저없이 저주를 내리고 이후로 다시는 나타나지 않는다. 마치 그것으로 그의 임무가 끝난 것처럼…….
이것이 예언자의 한 모델이다. 그는 하느님 외에 아무것에도 예속되지 않고, 바로 그러기에 두려움 없이 진실을 폭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진실의 폭로, 그것은 바로 진리에 대한 증언이다.
문익환, 「예언운동의 개척자들 : 나단」, 『기독교사상』 제61호(1963.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