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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병무전집1 |
역사와 해석
(한길사)
3. 왕권과의 대결자―엘리야

예언자는 현자도 철인도 아니다. 그렇다고 미래를 알아맞히는 점쟁이도 아니다. 그는 미래에 의해서 현재를 본다. 그러나 미래를 향해 막연히 꿈을 꾸는 것이 아니다. 그는 민중의 한복판, 역사의 선두에 서서 양자택일의 결단을 요구한다.

B.C. 9세기 중엽에 이스라엘 종교는 큰 위기에 부딪혔다. 가나안의 토착종교인 바알 숭배가 이스라엘 민중과, 나아가서는 왕의 세력권에까지 침두되어 이스라엘에서는 공공연한 혼합 종교정책이 시행되고 있었다.

유목의 종족으로 방랑하던 이스라엘이 하느님과의 약속에 따라 숱한 역경 끝에 가나안에 정착했을 때부터 가나안의 기존종교들과 자연스럽게 혼합되었다. 이러한 형태의 종교는 정착한 민족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으로서, 문제가 생길 때마다 그것을 전적으로 담당하는 신을 따로 결정하였다. 병을 주관하는 신, 비의 신, 태양의 신 등이 그런 예들이다. 가나안에서는 그러한 신들 중에 바알신을 으뜸으로 섬겼다.

바알은 결실(結實)의 신이다. 농사는 정착민의 유일한 생업이었으므로 풍요한 수확이야말로 가장 큰 희망이었다. 그러므로 결실의 신인 바알은 농경민족에게 가장 중요시되는 신이요, 동시에 예배의 대상이었다. 이에 대해서 이스라엘민은 지금까지 유목생활 속에서 저들의 신앙을 지켜왔다. 저들은 하느님과의 계약을 표시하는 법궤를 앞세우고 끊임없이 이동했다. 이 법궤는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현존의 구체적인 표시였다. 그러기에 이 하느님은 자연의 하느님이라기 보다는 역사의 하느님이었다. 따라서 바알 신과는 대조적일 수밖에 없었다.

또한 바알 신은 정착민의 신이다. 가나안 족속은 자기들의 땅의 주인, 모든 곡식이나 생산을 주관하는 산은 바알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새로운 상황에서 새로운 신(神) 이해가 필요했다. 그것은 여호와는 인도하는 신, 즉 역사의 신만이 아니라 이 자연도 주관하는 신이어야 할 것이 아니냐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스라엘 민중에는 바알 신의 특수 영역을 인정하려는 패, 이스라엘 신과 바알 신을 같은 신이라고 주장하는 패도 있게 되고, 일부는 두 신 사이에서 방황하다가 심지어 바알 신에 전향하는 자도 생겼다. 그런데 북왕국 이스라엘의 수도 사마리아에 자리잡은 아합 왕은 공공연히 바알 종교를 시인했다. 그는 페니키아의 왕녀인 이세벨과 정략결혼을 했는데 이세벨의 영향으로 아합은 궁전내에 바알 신전을 세움으로써 마침내 통일된 종교로 만들어 버렸다(열왕상 16, 29~34).

이때 아합에게 맞서면서 이스라엘에게 준엄한 비판과 함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선 자가 예언자 엘리야이다. 엘리야는 이스라엘민을 향해서 부르짖는다.

여러분은 언제까지 양다리를 걸치고 있을 작정입니까? 만일 야훼가 하느님이라면 그를 따르고 바알이 하느님이라면 그를 따르시오(열왕상 18, 21).

이것은 '이것도 저것도'라는 애매한 입장에 서 있는 이스라엘에게 결단을 촉구하는 극렬한 표현이며 선고(宣告)이기도 하다. 이 사건에 이어서 엘리야와 바알 종교의 대표들의 극적인 대결을 전하고 있다(열왕상 18, 16-46). 그 묘사는 민담적인 전설형태로 되었다. 그것은 엘리야가 이스라엘 종교의 위기를 생명을 내걸고 지켰다는 사실을 집약하여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엘리야의 비장하고 철저한 대결과 투쟁이 없었다면 이스라엘 종교는 자취를 감추어 버렸을지도 모른다.

그 싸움은 엘리야 개인의 싸움이 아니라 이스라엘이 사느냐 죽느냐가 판가름나는 대결이었다. 이스라엘은 하느님과의 약속인 십계명 "나 외에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는 것을 그 첫 조항으로 받들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들이 바알 신을 섬긴다는 것은 이 첫 계명을 저버리고 마침내 이스라엘의 존재를 포기하는 것이 된다. 따라서 이 결단은 다른 종교를 가질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이스라엘이 존재하느냐 존재하지 않느냐의 문제다. 한걸음 더 나아가서 생각한다면 엘리야의 이 대결이 없었더라면 그리스도교마저도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다.

엘리야의 이 투쟁은 이스라엘을 제 모습으로 돌리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으며, 그 강대하던 바알 종교가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추게 하는 전환점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엘리야의 예언자적 촉구는 그후 언제나 계속되었으며 신약에서도 거의 똑같은 내용의 말씀이 전해지고 있다.

나는 네 행실을 안다. 너는 차지도 않고 덥지도 않다. 네가 차든지 덥든지 하면 좋겠다. 네가 이렇게 미지근하여 덥지도 않고 차지도 않으니 나는 너를 내 입에서 토하여내겠다(계시 3, 15~16).

엘리야 전설은 예언자의 풍모를 잘 드러낸다. 예언자란 영웅도 현인도 아니며, 오직 하느님의 영을 받았을 때에만 비로소 특별한 용기와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하느님의 사람'이다.

그에 관한 이야기는 열왕기상 17장에서 시작된다. 엘리야는 아합 왕 통치시대에 홀연히 나타난다. 그는 줄곧 야훼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 그런 표현으로 '여기를 떠나 ……으로 가라'는 지시가 자주 나온다. 그의 등장은 3년이나 계속되는 한재와 관련이 있다. 이때 그는 바알 신과 대결한다. 승리한 그는 바알 신과 아세라 신의 사제950명을 한칼에 쳐죽인다. 그리고 비가 오는 기미가 있을 때 아합의 병거를 앞질러 신들린 사람처럼 뛰어간다. 그러던 그가 아합의 여인 이세벨의 복수가 두려워 광야로 정신나간 사람처럼 도망친다. 기진한 그는 싸리나무 덤불 밑에 숨어, "오, 야훼여! 이제 다 끝났습니다. 저의 목숨을 거두어주십시오. 선조들보다 나을 것 없는 못난 놈입니다"(열왕상 19, 4)라고 한다. 순식간에 그는 이렇게 비겁해진 것이다. 다시 기운을 낸 그는 한 동굴로 참입해서 은둔생활을 시작한다. 거기서 야훼를 만난다. '가슴에 불이 붙은' 그는 야훼에게 하소연한다. "저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당신과 맺은 계약을 저버리는 것을 보고, 만군의 하느님 야훼를 생각하여 가슴에 불이 붙고 있습니다. 이 백성은 당신의 제단을 헐었을 뿐 아니라 당신의 예언자들을 칼로 쳐죽였습니다. 이제 예언자라고는 저 하나 남았는데 그들이 저마저 죽이려고 찾고 있습니다"(열왕상 19, 14).

이것은 철저한 혼자만의 절규이다. 그러나 그는 "이스라엘 백성 가운데서 바알에게 무릎을 꿇지도 입맞추지도 않았던 7천 명"이 남아 있음을 깨달았다. "혼자가 아니다. 지하운동은 계속되고 있다"는 신념은 그를 소생하게 했다. 그러므로 그는 다시 힘을 얻어, 한 여인에게 빠져 그녀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간계와 폭력으로 약자(弱者)인 포도원의 주인을 죽이고 그 땅을 차지한 아합에게 홀연히 나타나 "나봇의 피를 핥던 개들이 같은 자리에서 네 피도 핥으리라"(열왕 상 21, 19)고 사자후를 터뜨린다. 그렇게 귀신처럼 사라졌다 나타나서 권력자와 싸우던 그는 후계자(엘리사)에게 그의 배턴을 넘겨주고 영원히 사라진다.

이와 같은 서술은 비록 전설적이기는 하지만 '하느님의 사람'인 예언자의 풍모를 잘 나타내고 있다.

참고문헌

민영진, 「엘리야 이해」, 『기독교사상』 제140~146호(1970.1~7).

김정준, 「엘리야 연구」, 『세계와 선교』 제29호(1973.4).

문익환, 「엘리야」, 『 기독교사상』 제63.:호(1963.3).


| 안병무전집1 |
역사와 해석
(한길사)
List of Articles
표지
증보판에 부치는 말
머리말
       
제1부 고전(古典)으로서의 성서
       
제1장 고전의 의미
    1. 인류와 고전
    2. 현대인과 고전
제2장 성서의 특성
제3장 성서를 보는 눈
제4장 성서에서 보여주는 역사의 주체
제5장 성서의 자료와 편집
       
제2부 약속을 믿고 산 민족사 : 구약
       
제1장 한 책의 민족 이스라엘
제2장 인간사 서장
    1. 창조된 세계와 인간(아담)
    2. 잘못 출발된 역사
제3장 도상의 나그네
    1. 족장들
    2. 탈출의 족장 : 아브라함
    3. 하느님과 겨룬 사나이一야곱
제4장 엑소더스
    1. 히브리
    2. 모세
    3. 하느님과의 계약
    4. 십계명
제5장 종족공동체의 형성
    1. 가나안 정착
    2. 이스라엘 종족동맹
    3. 판관들
        1) 판관 삼손(판관 13~16장)
        2) 판관 기드온(판관 6~8장)
제6장 왕국시대
    1. 왕권과 국가
    2. 다윗왕조
    3. 왕국시대
        1) 솔로몬 왕
        2) 분단 200년
제7장 예언자
    1. 예언자의 현장
    2. 찬양과 저주一나단
    3. 왕권과의 대결자一엘리야
    4. 종교보다 정의를一아모스
    5. 남은 무리 一이사야
    6. 심판과 새 가능성 一예레미야
    7. 해골의 부활一에제키엘
    8. 너 위한 수난一이름없는 예언자
    9. 예언자의 말의 성격
    10. 과거, 현재, 미래
   
제3부 새로운 개벽 : 신약
   
제1장 예수의 사건
    1. 예수의 시대상
    2. 역사와 해석자
    3. 예수의 선포
        1 ) 하느님 나라의 초대
        2) 낡은 질서와의 대결
    4. 예수의 행태
        1) 무슨 권위로
        2) 예수와 민중
    5. 십자가 처형
    6. 갈릴래아에서 만나자一부활사건
제2장 예수운동의 전진(사도행전)
    1. 예루살렘에서의 예수의 민중운동
    2. 이스라엘 민중운동의 목표와 사상
    3. 민중사실
제3장 바울로의 삶과 증언
    1. 그의 삶
        1) 바울로의 위치
        2) 민중사건에 항복한 사울
        3) 바울로의 연대기
    2. 바울로의 증언
        1) 인간세계 심판
        2) 사람됨의 조건
        3) 죽음에서의 탈출
    3. 그리스도와 역사
    4. 자유인의 길
        1) 앞을 향해 달리는 삶(필립 13,1~14)
        2) 하느님 앞에 선 존재 (갈라 4, 1~10)
        3) 이웃과 더불어의 존재
    5. 바울로의 민중론
        1) 고린토교회의 사회계층
        2) 민중을 보는 바울로의 눈
        3) 택함을 받은 민중
    6. 바울로의 수난기
        1)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
        2) 예루살렘에서
        3) 문제점들
        4) 바울로는 ‘정치범’이 아닌가
        5) 예수의 수난사와 바울로의 수난기
제4장 요한의 증언
    1. 요한복음의 특이성
        1) 공관서와의 관계
        2) 요한의 정신적 풍토
        3) 예수의 새 해석
    2. 개벽의 선언
    3. 갈림길
제5장 박해와 희망(계시록의 신앙)
    1. 묵시문학의 성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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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결단할 때
    4. 영원의 노크
    5. 마라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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