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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병무전집1 |
역사와 해석
(한길사)
2. 역사와 해석자

어떤 해석이든지 그 해석은 그 해석자가 놓여 있는 상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비록 같은 사건을 증거해도 그것을 증거한 자의 상황에 따라 그 표현이나 개념이 달라지며, 강조하는 바도 달라지게 된다. 신약성서는 더욱 그렇다. 신약은 역사적 예수의 사건을 증거한 네 복음서와 예수를 따르는 무리들에 의해서 전개된 발전사인 사도행전 외에는 전부 길고 짧은 편지들이다(27권). 그것은 어떤 개인이나 단체가 사변(思辨)을 통해서 어떤 보편적인 진리를 추리한 것이 아니라 한 역사적 사건을 증거한 것이며, 또한 그것은 구체적인 상황에 놓인 독자에게 준 말씀이다(Anrede). 그렇기 때문에 그것들을 올바로 이해하는 데에는 그것이 씌어질 때의 상황을 알아야만한다. 따라서 신약성서의 각각의 책들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 어떤 시기에 그 글들이 씌어졌나 하는 것을 아는 일은 중요하다.

그리스도를 따르던 적은 무리는 부활사건을 통해서 새로운 눈을 가짐과 함께 절망에서 일어났다. 저들은 새로운 종교적 종파를 구성할 생각은 없었다. 그러므로 처음에는 유다교 안의 한 그룹처럼 움직였다. 저들은 여전히 성전과 회당을 드나들었다(사도 3장). 그러나 저들의 주장은 곧 유다교와 충돌을 일으켜 분리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저들은 유다교를 버리고 나간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서 쫓겨난 것이다. 그러나 불과 10년이 못되어 저들은 가을 숲의 불길처럼 유다교라는 담을 넘어서 밖으로 뻗어나갔다. A.D. 1세기가 되기 전에 그들은 로마제국의 걱정거리로 커갔으며, 저들은 로마의 판도를 타고 마침내 로마의 수도에까지 육박해가서 거기에 뿌리를 박게 되었다.

A.D. 2세기에 들어가서는 저들은 이미 무시할 수 없는 국제적인 세력이 되었고, 무기를 들지 않은 가장 큰 세력으로 로마에게 큰 위협이 되었다. 처음 얼마 동안 로마제국은 저들을 방관하였지만, 저들이 로마황제 숭배를 거부함으로써 박해에 나서게 되었다. 그러나 박해자 로마는 결국 그 앞에 항복하고 말았다. A.D. 3세기에 들어서서 그리스도교는 로마를 형태는 그대로 둔 채 삼켜버림으로써 '로마'라는 이름은 있었으나 이미 로마제국은 아니고 그리스도교국이 되고 만 것이다. 그리하여 세계 역사의 방향은 결정되고 말았다.

이러한 결과로 A.D. 1세기에 이르기까지의 짧은 기간의 그리스도인들의 신앙과 사상에 이미 그 정초(定礎)가 놓인 것이다. 예수가 죽은 때는 로마의 황제 티베리오(Tiberius, A.D. 14~37년)의 시대이다. 그후 약 1세대, 즉 한 30년 사이에 밖으로 그리스도교는 로마의 판도 중 소아시아 일대를 전부 휩쓸고 오늘의 이탈리아에까지 진출하였다. 이때에는 유다교도들에 의한 박해가 있었을 뿐 로마의 방해는 별로 받지 않았다. 유다교의 박해는 주로 율법을 파괴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리스도인들 중에서도 율법부정론자들 만이 박해를 받았고 율법을 그대로 옹호하는 이들은 예루살렘에 그대로 머무를 수 있었다.

이런 기간에 씌어진 것이 대부분의 바울로의 편지다. 맨 처음 편지인 데살로니카전서가 약 A.D. 50년에 씌어졌고 최후의 편지들도 필립비서, 필레몬서 등도 A.D. 60년 이전에 씌어졌으니, 50~60년의 약 10년간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으로 두 가지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하나는 그가 로마제국의 박해 속에서 썼다는 것이며, 또 하나는 헬레니즘 영역에서 특히 도시인들을 의식하면서 썼다는 사실이다. 바울로의 편지는 명상의 글도 아니며 강단의 설교 같은 것도 아니다. 그것은 세계로 뻗어나가는 그리스도교의 일선 지휘자의 글이다. 따라서 그의 편지는 전선의 지휘자의 전지(戰誌)와도 같은 면이 있다. 그러므로 그의 편지는 바로 이 시대의 그리스도 해석을 대표한다. 사도행전은 비록 그보다 늦게 씌어졌으나 그때의 상황을 반영하는 증거물이다.

A.D. 64~65년에 마침내 로마의 박해가 가속화되었다. 그 발단은 그때의 로마황제 네로(Nero, A.D. 54~68년)의 횡포에 의한 것이다. 전설에 의하면 그는 로마 시(市)에 불을 지르고 그것을 보면서 시를 읊었다고 한다. 그는 새로운 도시계획을 꿈꾸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민중이 이에 반발하여 소란했다. 이에 네로는 자신에게 향하고 있는 민중의 화살을 그리스도인들에게 돌려 그 스스로 그리스도교 박해에 나서서 광적인 학살을 감행했다. 이미 총독 본디오 빌라도(Pontius Pilatus, A.D. 26~36년 재위)가 예수를 처형했으며, 펠릭스(Felix, 팔레스타인의 군주 A.D. 52~60년 재위)가 바울로를 체포했고, 페스도(Porcius Festus, A.D. 60~62년 재위)가 그를 로마로 압송해서(사도 23, 12~26, 32) 처형했으며, 그러한 선배들의 뒤를 이은 플로루스(Florus, A.D. 64~66년 재위)가 성전세금을 갈취하는 등 무자비한 박해를 가한 것이 원인이 되어, 결국 유다전쟁이 일어나고 이스라엘은 무차별 학살된 것이다(A.D. 66~70년). 마르코복음이 씌어진 것은 유다전쟁 후이다. 마르코복음은 유다 민족 대부분이 유랑의 길에 나서게 되고 이스라엘 땅은 이방화되어, 로마제국의 세력이 영원할 것처럼 보일 무렵인 A.D. 80~90년에 쓰여졌으며, 마태오복음과 루가복음은 이 마르코의 전통을 따라 서술됐다. 이 때는 소교(小敎)인 그리스도인들에게 생존의 불안을 안겨주던 한 세대다. 성서의 맨 마지막 책인 요한계시록도 같은 무렵(A.D. 90~95년)에 쓰여졌는데, 상징언어로 그 시대를 신랄하게 저항한 글이다. 그 시대는 황제 도미띠아누스(Domitianus, A.D. 81~96년)가 황제숭배를 강요한 때이고, 이에 불응하는 그리스도인들이 잔인하게 박해받던 시대로서, A.D. 1세기말부터 2세기초에는 저들의 전진이 일단 암초에 부딪친 시기다. 그때 이들에게 필요했던 것은 당면한 고난을 이겨내기 위한 내적인 힘을 기르는 일이었다. 이 무렵에 씌어진 것이 에페소서, 히브리서(A.D. 80~100년), 요한서신(A.D. 90~110년), 야고보서베드로전서(A.D. 100년 전후), 목회서신(A.D. 2세기초) 등이며, 베드로후서는 그보다 후대인 A.D. 120~150년에 씌어졌다. 이 글들 중에 나타나는 바울로, 베드로, 요한의 이름은 그들의 제자들이 그런 이름 뒤에 숨어서 내세운 것이다. 그 글들 안에는 그 시대 그리스도인들의 상황과 각오가 반영되어 있다.

사랑하는 이들이여, 여러분을 시험하기 위하여 시련의 불길이 여러분 가운데 일어나더라도 무슨 이상한 일이나 생긴 것처럼 놀라지 마시오. 오히려 여러분이 그리스도의 고난에 참여하는 것이니 기뻐하시오……(벨전 4, 12~13).

이상은 박해가 시작되고 있는 증거다. 그러면 박해자에 대해서 어떻게 할 것인가?

여러분은 인간이 세운 모든 제도에 주를 위해서 복종하시오. 주권자는 왕이거나……총독이거나 간에 그들에게 복종해야 합니다(벨전 2, 13).

이것은 바울로의 입장의 반복(로마 13장)으로 로마와의 충돌을 피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 로마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만물의 마지막이 가까웠으니 정신을 차리고 근신하여 기도하시오"라고 한다.

히브리서는 그리스도의 고난의 의미에서 그리스도인들이 당하는 고난의 의미를 재해석한다.

이 기간은 그리스도인들의 자기정비의 기간이며 정신무장의 배수진(背水陳)을 쳐야 할 때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예수에게 일어난 사건을 현재화하는 것 이상 더 좋은 길은 없다. 그때까지 저들은 예수 사건 목격자들의 생생한 기억 속에서 그의 사건의 증인으로서의 사명에 치중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첫 증인들은 점차 사라져갔다. 박해는 이것을 더욱 촉진했다. 이런 때에 지금까지 입에서 입으로 전승되어오던 예수의 생(生)의 기록이나 말씀들을 수집하여 현재화하는 일은 긴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A.D. 96년에 박해자 도미띠아누스가 암살된 것을 계기로 일단 외적인 박해는 잠잠하여졌다. 표면적으로 볼 때 긴급한 사태는 지나갔다. 그러나 박해의 상황을 지나면서 그리스도교회는 오히려 이전보다 더 강한 결속력을 갖게 되었고 흔들릴 수 없는 지반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마태오는 교회의 질서를 확립하는 데 부심했고, 루가는 이때의 역사적 의미를 밝힘과 동시에 그리스도교 밖에 있는 지도층에게 그리스도교의 참모습을 알려주려고 했다. 이러한 목적에서 루가는 복음서와 그의 사도행전을 데오필로라는 고급관리에게 바친 것이다. 따라서 거기에는 로마의 박해가 완전히 오해에서 온 것임을 설득하려는 흔적이 보인다.

이와 비슷한 때에 씌어진 것 중에 주목할 것은 요한복음이다. 이 기자의 상황은 불투명하다. 단 하나 확실한 것은 그때는 이미 그리스도 해석이 심화(深化)되어 있었을 때라는 사실이다. 그의 필체와 전개방법 그리고 그가 이용하고 있는 헬레니즘 사상의 단면을 통해서 볼 때 이 기자는 헬레니즘의 세계와 사상을 꿰뚫은 사람임에 틀림없다. 그는 이러한 헬레니즘 사상에 젖어 있는 지식층에게 그리스도의 사건을 증거할 사명을 느낀 사람이다. 그러므로 나는 그들의 세계관, 그들의 개념을 구사하면서 그리스도에 대한 새 해석의 기원을 만들었다.


| 안병무전집1 |
역사와 해석
(한길사)
List of Articles
표지
증보판에 부치는 말
머리말
       
제1부 고전(古典)으로서의 성서
       
제1장 고전의 의미
    1. 인류와 고전
    2. 현대인과 고전
제2장 성서의 특성
제3장 성서를 보는 눈
제4장 성서에서 보여주는 역사의 주체
제5장 성서의 자료와 편집
       
제2부 약속을 믿고 산 민족사 : 구약
       
제1장 한 책의 민족 이스라엘
제2장 인간사 서장
    1. 창조된 세계와 인간(아담)
    2. 잘못 출발된 역사
제3장 도상의 나그네
    1. 족장들
    2. 탈출의 족장 : 아브라함
    3. 하느님과 겨룬 사나이一야곱
제4장 엑소더스
    1. 히브리
    2. 모세
    3. 하느님과의 계약
    4. 십계명
제5장 종족공동체의 형성
    1. 가나안 정착
    2. 이스라엘 종족동맹
    3. 판관들
        1) 판관 삼손(판관 13~16장)
        2) 판관 기드온(판관 6~8장)
제6장 왕국시대
    1. 왕권과 국가
    2. 다윗왕조
    3. 왕국시대
        1) 솔로몬 왕
        2) 분단 200년
제7장 예언자
    1. 예언자의 현장
    2. 찬양과 저주一나단
    3. 왕권과의 대결자一엘리야
    4. 종교보다 정의를一아모스
    5. 남은 무리 一이사야
    6. 심판과 새 가능성 一예레미야
    7. 해골의 부활一에제키엘
    8. 너 위한 수난一이름없는 예언자
    9. 예언자의 말의 성격
    10. 과거, 현재, 미래
   
제3부 새로운 개벽 : 신약
   
제1장 예수의 사건
    1. 예수의 시대상
    2. 역사와 해석자
    3. 예수의 선포
        1 ) 하느님 나라의 초대
        2) 낡은 질서와의 대결
    4. 예수의 행태
        1) 무슨 권위로
        2) 예수와 민중
    5. 십자가 처형
    6. 갈릴래아에서 만나자一부활사건
제2장 예수운동의 전진(사도행전)
    1. 예루살렘에서의 예수의 민중운동
    2. 이스라엘 민중운동의 목표와 사상
    3. 민중사실
제3장 바울로의 삶과 증언
    1. 그의 삶
        1) 바울로의 위치
        2) 민중사건에 항복한 사울
        3) 바울로의 연대기
    2. 바울로의 증언
        1) 인간세계 심판
        2) 사람됨의 조건
        3) 죽음에서의 탈출
    3. 그리스도와 역사
    4. 자유인의 길
        1) 앞을 향해 달리는 삶(필립 13,1~14)
        2) 하느님 앞에 선 존재 (갈라 4, 1~10)
        3) 이웃과 더불어의 존재
    5. 바울로의 민중론
        1) 고린토교회의 사회계층
        2) 민중을 보는 바울로의 눈
        3) 택함을 받은 민중
    6. 바울로의 수난기
        1)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
        2) 예루살렘에서
        3) 문제점들
        4) 바울로는 ‘정치범’이 아닌가
        5) 예수의 수난사와 바울로의 수난기
제4장 요한의 증언
    1. 요한복음의 특이성
        1) 공관서와의 관계
        2) 요한의 정신적 풍토
        3) 예수의 새 해석
    2. 개벽의 선언
    3. 갈림길
제5장 박해와 희망(계시록의 신앙)
    1. 묵시문학의 성격
    2. 로마제국과의 대결
    3. 결단할 때
    4. 영원의 노크
    5. 마라나타
한국어로 된 성서 연구 참고문헌
전집간행에 부치는 말
판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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