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서는 바울로의 삶의 중요한 요소를 밝혔다. 그러한 삶의 전환을 극적으로 한 사람은 역사적으로 그리 많지 않다. 반생(半生)을 송두리째 버리고 새로 난 사람으로 그는 남은 반생을 오직 하나의 목적을 위해 달렸다. 그럼에도 그의 삶의 자세를 그는 다음과 같이 서술한다.
나는 이 모든 것을 이미 얻었다는 것도 아니요, 또 이미 완전해졌다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그것을 잡으려고 달려가는 것뿐입니다. 형제들이여, 나는 아직 그것을 잡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직 한 가지 뒤에 있는 것을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온몸을 앞으로 기울여 목표를 향하여 달려갈 것뿐입니다……(필립 3, 12 이하).
그는 달리는 사람, '이만하면'을 모르는 사람, 정말 예수에게 미친 사람이다. 그러기에 그의 연대기를 쓰거나 그의 업적을 비문처럼 나열한다고 해서 그의 삶이 부각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알기 위한 길잡이로서 그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연대만이라도 기록하는 것이다.
사도행전 18장 12절에 갈리오(L. J. Gallio)가 아카이아(Achaia)의 총독으로 있을 때, 유다인들이 그를 갈리오의 재판에 회부했다는 얘기가 있다. 그런데 1905년에 델피(Delphi)라는 곳에서 갈리오가 A.D. 51년 또는 52년에 아카이아의 총독으로 있었다는 기록이 발견된 후로 그것이 바울로의 연대를 정하는 거점이 되었다. 그런데 바울로가 갈리오 앞에 서기 전에 이미 고린토에 적어도 1년 반 정도 있었는데(사도 18, 11), 그렇다면 대략 A.D. 49년말쯤부터이다. 따라서 바울로가 갈리오 앞에 서게 된 때는 대체로 A.D. 51년경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것을 기점으로 추산된 그의 연대는 다음과 같다.
예수 처형 : 약 A.D. 30년
바울로의 생년 : 알 수 없음
그의 전환 : 약 A.D. 31~32년
예루살렘 첫 방문 : 약 A.D. 34~35년
시리아와 길리기아 체류 : A.D. 35~48년
사도회의 : A.D. 48년
제1차 소아시아와 그리스 순방 : A.D. 48~51년
제2차 소아시아와 그리스 순방 : A.D. 51~55년
예루살렘 입성 체포 : A.D. 56~57년(2년쯤 가이사리아에 투옥)
로마에 압송 : A.D. 58년
네로에게 처형 : A.D. 60년(1 Klem. 5 : 7, 6 : 1)
이상에서 보면 그는 약 30년 동안 오직 그리스도를 위해 그 당시 세계제국의 수도 로마에까지 '진격'해서 복음을 전하고, 그가 그 당시 땅끝으로 알고 있던 스페인에는 못 가고 처형되었다.
그 동안에 지중해를 중심으로 그리스도교의 뿌리가 박혔고, 우리 손에 들어온 첫 편지로서 데살로니카전서를 A.D. 50년경에 썼는데, 그후 10년간 여러 편지를 썼고, 수없이 설교와 논쟁을 하면서 그리스도의 증인의 가장 대표적인 삶을 끝냈다.
전경연, 『원시기독교와 바울』(대한기독교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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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른캄, G., 허혁 역, 『바울—그의 생애와 사상』(이대출판부, 1978).
슈테게만, W., 「 사도 바울은 과연 로마 시민이었는가」, 『신학사상』 제65호(1989.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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