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전집

전집은 OCR 스캔 잡업으로 진행되어 오탈자가 있습니다.
오탈자를 발견하면 다음과 같이 등록해 주시면 관리자가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1. 수정 요청을 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2. 본문을 읽는 중에 오탈자가 있는 곳을 발견하면 앞뒤 텍스트와 함께 마우스로 선택합니다.
3. 그 상태에서 [오른쪽 마우스]를 클릭하여 나타나는 창에서 수정 후 [수정요청]을 클릭합니다.
4. 각주의 경우에는 각주 번호를 마우스오버하여 나타난 창을 클릭하면 수정요청 창이 열립니다.

※ 컴퓨터 브라우저에서만 가능합니다.
| 안병무전집1 |
역사와 해석
(한길사)
5. 바울로의 민중론
1) 고린토교회의 사회계층

공관서에 의하면 예수를 무조건 따랐던 사람들을 민중이라고 했음이 뚜렷하다. 마르코는 이 사실을 중요하게 생각하여 '오클로스'라는 대명사로 그들의 계층성을 밝혔는데, 우리말로 하면 '상놈'이라는 말에 해당한다. 그런데 가장 많은 양(量)을 차지한 바울로의 편지를 위시한 그 어느 서한에서도 이 단어를 발견할 수 없고, 단지 수난의 현장을 그 배경으로 한 '계시록'에 이 단어가 등장하는데 이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이 점에서 바울로는 역사의 예수와 그 현장에 대해서는 흥미가 없고, 구속사적 그리스도만을 선교했다는 사실이 재확인된다. 그러나 초창기의 그리스도인들이 사회적으로 어떤 계층에 속했는지에 대해서는 중요한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그것은 고린토교회에 보낸 첫 편지 1장 26절에 나타난다.

형제들이여, 당신들의 소명을 보시오. 육(肉)에 의해 지혜로운 자가 많지 않으며 권력자나 명문 출신이 많지 않습니다.

우리 번역은 "부르심을 받았을 때를 생각해보시오"라고 해서 처음 예수를 믿게 된 때를 말한 듯한 오해를 낳기 쉬우나 'klesis'란 단어는 '부른다', '초대한다'라는 뜻으로 과거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서는 세 가지 사람을 세 가지 범주로 나타낸다. 지혜로 운 자에 대해서 미련한 자, 강자에 대해서 약자, 명문 출신에 대해서 비천한 자(즉 상놈)가 그것이다. 지혜로운 자란 배운 자, 교양있는 자다. 이에 대해서 미련한 자란 배우지 못한 자, 즉 불학무식(不學無識)한 자다. 이것이 사회계층적 개념임은 그 다음에서 뚜렷해진다.

그것은 "세상의 어리석은 자", "세상의 약한 자"(27절), "세상의 천한 자와 멸시받는 자", "이름(존재)없는 자"(29절)라고 하여 "지혜있는 자", "유력한 자"에 대립시키고 있다. 여기서 '세상'이라고 한 것은 낡은 세계, 즉 기성체제를 말한다. 초창기의 그리스도인들은 기존체제에서 볼 때 하잘것없는 무리들이었다.

그런데 이것은 비단 고린토 교회원들의 경우만이 아니라 당시의 그리스도인 전반의 사회적 신분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주후 그리스도 비판가의 선구자로 알려진 첼수스(Celsus)가 A.D. 178년에 쓴 글에 그리스도교도에 대한 다음과 같은 서술이 있다.

그들은 문학인, 지식인들에 대해 악의를 품고, 배우지 못한 어리석은 자들만 모아놓고 교회를 만들고 있다. 그들의 생업을 보면 대개 양털 깎기, 신발고치기, 세탁업 같은 것으로서 상놈들이다.

첼수스는 특히 그리스의 문명인과 대조시키는데 당시의 그리스적 기준은 무엇보다도 지적 수준으로서, 그것은 동시에 자동적으로 사회적 계층을 규정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런 눈에서 보면 저들은 정말 하잘것없는 계층이었다. 바울로도 이 그리스의 지혜, 특히 그 철학적 사고를 잘 알고 있었기에 그것과의 논쟁과 변증에 심혈을 기울였다.

지혜있는 자가 어디 있느냐? 학자가 어디 있느냐?…… 헬라 사람들은 지혜를 구하나 우리는……(고전 1, 18 이하).

나도 여러분에게로 가서 하느님의 증거를 전할 때 훌륭한 말이나 지혜로하지 않습니다…… 내 말과 내 설교는 교묘한 인간의 지혜에서 나온 말로 한 것이 아니라 다만……(고전 2, 1 이하).

이상은 본문 앞뒤에 있는 몇 구절인데,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우선 그가 그리스 문화를 의식했다는 것과 당시의 그리스도인 일반의 수준에 관한 것이다.

초창기의 그리스도교운동의 중추가 사회적으로 비천한 계층이었다는 것은 이미 다이스만(A. Deissmann, 1866~1937년)이 지적했는데, 유제(A. Judge), 콘첼만(H. Conzelmann) 등은 사도행전이나 바울로가 지적한 사람들 중 일부의 사회적 위치를 들어서 그런 견해에 맞서고 있으며, 더욱이 본문의 "많지 않다"(고전 1, 26)는 표현에서 "지혜있는 자, 권력자 그리고 명문 출신도 있었다"는 사실을 강조하려고 한다. 그러나 고린토전서 1장 27절 이하는 비록 소수의 상류층이 있다고 해도 그들을 내세워 시위할 생각은 없고, 오직 그것은 하류층이 교회의 중추를 이루고 있는 사실을 전제로 한 신학적 해석이었을 따름이다.

그러면 고린토교회 구성원의 성분은 어떤가?

첫째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공관서에 등장하는 '오클로스'와는 다르다는 점이다. 공관서의 민중은 농어촌의 민중인데 반해서 이들은 도시의 민중이다. 그리고 저들은 예수와 더불어 유랑하는 민중인데 대해, 이곳의 민중은 정착되어 있다. 그것은 저들 중에 집을 교회당으로 제공하거나 경제적으로 지원한 사람들이 많이 지적된 데서도 짐작할 수 있다.

둘째는, 고린토 시(市)의 사회구성의 측면에서 추측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고린토 시는 B.C. 146년에 로마제국의 침략 때 그 부(富)와 더불어 완전히 붕괴되었는데, 케사르(Cäsar)에 의해서 B.C. 44년에 로마의 새로운 식민도시로 재건됐다. 그리고 로마제국은 여기에 해방된 노예들을 정착시켰다. 그러나 물론 지배층은 로마 시민들이었다. 이 도시가 이미 B.C. 27년에 아카이아 지방장관의 주재지가 된 것으로 보아 지배세력은 로마 시민이었을 것이며, 상하계급 사이의 거리가 대단했을 것은 상상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런 사회 구조는 교회구성에도 영향을 미쳤다. 즉 이런 도시에서 미련한 자, 약한 자, 상놈이라고 한다면 그들은 대부분이 노예 출신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전 7, 21 이하12, 13 참조).

이 같은 추측을 뒷받침하는 암시가 있다. 이것은 '사랑의 만찬'에 대한 바울로의 경고다(고전 11, 17-22).

교회당에서 함께 만찬을 하는 것은 사랑의 교제다. 그런데 그중에는 자기 먹을 것을 가지고 오는 사람들과 가지고 올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 있었다. 전자는 자기 것을 가지고 와서 홀로 포식한다. 이런 계층은 극히 소수였으리라. 이에 대해 대부분은 배를 곯고 있었다. 이러한 본문을 통해서 볼 때 그 안에 이미 계급적 균열이 있었다는 사실과, 그리고 먹을 것도 없는 가난한 사람이 대부분이었음을 추측할 수가 있다. 그리고 바울로 자신이 바로 "가난한 자들을 부끄럽게 한다", "교회를 멸시한다"고 책망한 데서 교회의 중추가 가난한 계층이며 바울로 자신도 그들 편에 서서 소수인 상류층을 비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복음서 중 마르코복음에서는 민중이 단순히 소외되고 억압받고 있다는 측면―그것이 정치적이든 경제적이든 윤리적이든―에서 한 계층으로 보고 예수는 이 계층을 무조건 자기 편으로 인정하고 옹호 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대해, 마태오는 교회질서에 큰 비중을 둠으로써 그 질서에 적응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는 것을 조건으로 민중을 평가한다. 한편 루가는 민중(죄인)을 회개한다는 전제에서 보고 있으며, 이를 통하여 민중에 대한 가치평가를 하고 있다. 그런데 가치 평가라고 할 때 기존질서에서 재는 것이 아니다(마태오는 교회질서를 전제하나 그의 입장으로는 그것을 새 질서로 보고 있다). 도래하고 있는 새 세계(하느님의 나라)의 빛에서 평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바울로에게는 다른 면이 더 강조되어 있다.

바울로는 구속사적 과정에서 이 현상을 평가한다. 그의 구속사관에 종말사상이 기조를 이루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정론(定論)처럼 된 사실은, 바울로에게서 '하느님의 나라'가 아주 퇴색해버리고 그 대선 '하느님의 의'가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의(dikaiosune)란 고정된 원칙 따위가 아니라 '과정적 개념'이다. 즉 역사를 한 목적을 향해 이끌어가는 과정에서 역할을 하는 신의 뜻을 나타낸다. 그러므로 민중을 그대로 또는 어떤 조건에 따라서 하느님의 나라와 직결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 미련하고 권력없는 상놈들, 즉 배웠다고 남을 멸시하고 권력이 있다고 남을 억누르고 세도의 족벌에서 났다고 상놈들을 소외시키는 현장에서 바로 멸시당하고 억눌림을 받고 소외당한 계층을 하느님이 선택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저들을 선택한 것은 그들을 '구원' 또는 '하느님 나라'로 직행 또는 직결시키기 위함이 아니라 지혜있는 자를 부끄럽게 만들고 권력자를 권좌에서 몰아내는, 말하자면 혁명을 일으키기 위해서라고 한다.

세상이 뒤집혀지지 않고서야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다. 가치관의 전도란 바로 혁명이 아니겠는가? 이것은 공관서에 두 차례나 나오는 "앞선 자가 뒤서고, 뒤선 자가 앞선다"는 현실과 같은 것이다.

바울로는 혁명의 과정이 이미 시작됐다고 한다. 그것이 바로 십자가사건이다. 그는 "십자가의 말씀이 멸망한 사람들에게는 어리석은 것이 되지만 구원받은 우리에게는 하느님의 능력이 됩니다"라고 하고, "지혜있는 자가 어디 있느냐? 학자가 어디 있느냐? 이 세대의 변론가가 어디 있느냐? 하느님께서 이 세상의 지혜를 어리석게 만드 시지 않았나?"(고전 1, 18 이하)라는 등의 선언을 하는데, 이것은 그의 그러한 신념을 토로한 것이다.

그런데 바울로는 이 십자가사건이 '어떻게', '왜'라는 사회적 까닭을 일체 묻지 않고, 제시하지도 않는다. 이것은 바울로에게서 계속 물어야 할 수수께끼이다. 예수의 십자가사건이 불과 수년 전에 일어났는데 어떻게 사실에 대해서 전혀 침묵할까? 그래서 사실상 관념화로 뛰어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와 함께 새로운 공동체의 구성원에 대한 그의 평가나 해석은 혁명적인데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어떻게'라는 것을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어리석은 자들에 의해서 어떻게 지혜있는 계층이 수치를 당하며, 약한 자들에 의해서 어떻게 권력자가 무력해지고, 상놈들, 존재없는 자들에 의해서 어떻게 출세한 가문의 씨들이 몰락한다는 것인가? 이런 질문은 바로 초창기 그리스도인들의 성분을 알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그들은 억눌림으로 인해 분노에 차 있는 민중인가? 가난하기 때문에 경제분배의 균형을 요구하는 프롤레타리아들인가? 아니면 배우지 못했기에 야성적이 되어서 현체제도 뒤엎을 수 있는 소질을 안고 있는 민중인가? 이러한 요소를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바울로는 그렇게 추측할 수 있는 어떤 단서도 보여주지 않는다. 그것은 그가 선 자리와 그것과 관련이 있는 신학적 관점 때문이다.


| 안병무전집1 |
역사와 해석
(한길사)
List of Articles
표지
증보판에 부치는 말
머리말
       
제1부 고전(古典)으로서의 성서
       
제1장 고전의 의미
    1. 인류와 고전
    2. 현대인과 고전
제2장 성서의 특성
제3장 성서를 보는 눈
제4장 성서에서 보여주는 역사의 주체
제5장 성서의 자료와 편집
       
제2부 약속을 믿고 산 민족사 : 구약
       
제1장 한 책의 민족 이스라엘
제2장 인간사 서장
    1. 창조된 세계와 인간(아담)
    2. 잘못 출발된 역사
제3장 도상의 나그네
    1. 족장들
    2. 탈출의 족장 : 아브라함
    3. 하느님과 겨룬 사나이一야곱
제4장 엑소더스
    1. 히브리
    2. 모세
    3. 하느님과의 계약
    4. 십계명
제5장 종족공동체의 형성
    1. 가나안 정착
    2. 이스라엘 종족동맹
    3. 판관들
        1) 판관 삼손(판관 13~16장)
        2) 판관 기드온(판관 6~8장)
제6장 왕국시대
    1. 왕권과 국가
    2. 다윗왕조
    3. 왕국시대
        1) 솔로몬 왕
        2) 분단 200년
제7장 예언자
    1. 예언자의 현장
    2. 찬양과 저주一나단
    3. 왕권과의 대결자一엘리야
    4. 종교보다 정의를一아모스
    5. 남은 무리 一이사야
    6. 심판과 새 가능성 一예레미야
    7. 해골의 부활一에제키엘
    8. 너 위한 수난一이름없는 예언자
    9. 예언자의 말의 성격
    10. 과거, 현재, 미래
   
제3부 새로운 개벽 : 신약
   
제1장 예수의 사건
    1. 예수의 시대상
    2. 역사와 해석자
    3. 예수의 선포
        1 ) 하느님 나라의 초대
        2) 낡은 질서와의 대결
    4. 예수의 행태
        1) 무슨 권위로
        2) 예수와 민중
    5. 십자가 처형
    6. 갈릴래아에서 만나자一부활사건
제2장 예수운동의 전진(사도행전)
    1. 예루살렘에서의 예수의 민중운동
    2. 이스라엘 민중운동의 목표와 사상
    3. 민중사실
제3장 바울로의 삶과 증언
    1. 그의 삶
        1) 바울로의 위치
        2) 민중사건에 항복한 사울
        3) 바울로의 연대기
    2. 바울로의 증언
        1) 인간세계 심판
        2) 사람됨의 조건
        3) 죽음에서의 탈출
    3. 그리스도와 역사
    4. 자유인의 길
        1) 앞을 향해 달리는 삶(필립 13,1~14)
        2) 하느님 앞에 선 존재 (갈라 4, 1~10)
        3) 이웃과 더불어의 존재
    5. 바울로의 민중론
        1) 고린토교회의 사회계층
        2) 민중을 보는 바울로의 눈
        3) 택함을 받은 민중
    6. 바울로의 수난기
        1)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
        2) 예루살렘에서
        3) 문제점들
        4) 바울로는 ‘정치범’이 아닌가
        5) 예수의 수난사와 바울로의 수난기
제4장 요한의 증언
    1. 요한복음의 특이성
        1) 공관서와의 관계
        2) 요한의 정신적 풍토
        3) 예수의 새 해석
    2. 개벽의 선언
    3. 갈림길
제5장 박해와 희망(계시록의 신앙)
    1. 묵시문학의 성격
    2. 로마제국과의 대결
    3. 결단할 때
    4. 영원의 노크
    5. 마라나타
한국어로 된 성서 연구 참고문헌
전집간행에 부치는 말
판권
Board Pagination Prev 1 Next
/ 1
위로
텍스트를 수정한 후 아래 [수정요청] 버튼을 클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