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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병무전집1 |
역사와 해석
(한길사)
2) 민중을 보는 바울로의 눈

민중을 단순히 사회사적 관심에서만 본다면 그것은 사회과학의 대상밖에 될 수 없으며 그 결과는 평면적 관찰에 머무르게 된다. 그렇다고 그런 사실을 무시하면 탈역사화(脫歷史化)하여 인간을 추상화하고 말게 된다.

바울로에게서는 교회로 모여든 민중에 대한 사회사적 파악이나 전개를 거의 볼 수 없다. 그것은 우연이 아니고 의식적인 것이다. 그는 "이제부터 야무도 육에 따라(Kata sarka) 판단하려 하지 않는다"(고후 5, 16)고 선언했다. 이것은 사람을 사회적 신분이나 지식 따위로 판단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이것은 그의 입장을 뚜렷이 밝힌 것이다. 그것은 기존의 체제 그것에서 형성된 가치관에서 사람을 판단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 대신 그리스도의 사건에서 새 세대가 시작 됐다는 확언에서 모든 것을 평가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그 다음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선언이다.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그는 새로운 피조물입니다. 보십시오. 옛 것은 지나가고 새것이 되었습니다(고후 5, 17).

이런 입장에서 그는 또한 이렇게 믿는 것이다.

유다 사람이든 헬라 사람이든, 종이든 지유인이든 한 성령으로 세례를 받아 한 몸이 되어 모두 한 성령을 마시게 되었습니다(고전 12, 13).

그런데 이것은 구속사적 관점에 선 신앙적 선언이고, 역사적 현실과는 아직 거리가 먼 것이다. 왜냐하면 사회구조는 그때까지 어떤 변동도 없었고 거기서 생기는 계층간의 갈등과 문제는 그대로 있었기 때문이다.

바울로는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그것이 현실적인 당면문제였기에 위에서 지적한 세 가지 카테고리로 그때의 계층사회의 교회 침투를 문제시했다. 그리고 약자들이 교회내에서 기존의 낡은 가치관에 의해 천대받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에 교회를 사람의 몸으로 비유하면서 비교적 약한 것,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것이 더욱 중요하고 요긴하다(고전 12, 22~23)고 강조하고 있다. 이보다 구체적인, 그리고 중요한 것은 필레몬에게 보내는 편지의 배경과 바울로의 입장이다.

바울로가 필레몬이라는 사람에게 보낸 짧은 편지가 신약성서에 수록되어 있다. 이 편지는 옥중에서 필레몬에게 보낸 것이다. 이 편지에서 필레몬은 수준급의 사회적 지위를 가진 자임을 나타낸다. 까닭은 그가 자기 집을 그리스도인들의 집회장소로 제공할 만큼 큰 집의 소유자일 뿐 아니라(2절), '종들'을 거느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그의 종이었던 '오네시모'는 필레몬 가(家)에서 탈출해서 바울로에게로 갔다. 당시 로마제국 영역에 6천만 명의 노예가 있었다고 하는 데, 자유를 찾아 탈출하는 일이 속출했다. 탈출한 종들은 신분보호를 위해 몇 가지 길을 찾았다. 한 길은 큰 도시에 잠복하는 것이다. 거기서 거지나 떠돌이로 군중 속에 은신하는 일이다. 다른 길은 망명처를 구하는 것이다. 망명처란 어떤 신전이나 또는 신에 의해 명령된 자(司祭)의 집 등이다. 거기에는 경찰이 침범할 수 없는 전통이 그리스 사회에 있었으며, 중세에도 그런 전통이 이어졌다. 필레몬 가의 종 오네시모가 바울로에게 간 것은 그가 새 종교의 사도이기 때문에 그의 보호를 청해서 그랬을 수 있다(M. 디벨리우스). 어쨌든 바울로는 그를 받아들였고, 한걸음 나아가서 그를 '심복'처럼 대했고, 또 오네시모 자신도 옥중에 갇힌 바울로의 뒷바라지를 정성껏 한다.

그런데 이 짧은 편지에서 바울로의 사회적 존재로서의 사람에 대한 자세가 드러나 있다. 거기에는 필레몬에 대한 어떤 비판도 지시도 없고 그저 그가 한 일, 하고 있는 일을 그대로 긍정한다. 또 그는 필레몬에게 그의 재산을 나누어주라든가 종을 부리는 것을 책망하거나 오네시모가 탈출한 책임을 추궁하는 따위를 하지 않을 뿐아니라, 오네시모에 대한 모든 권한이 그에게 있음을 전제한다. 그러기에 오네시모에 대한 결정을 그의 동의를 얻지 않고는 하지 않겠다고 한다(14절). 이런 자세는 현대인에게 비판의 대상이 되며, 그의 사랑의 이해가 추상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그는 필레몬과 같은 '상류층'의 편에 선 것은 결코 아니다.

우선 오네시모에 대한 그의 입장을 보자. 오네시모가 왜 필레몬 가에서 탈출했을까? 필레몬은 바울로에 의해 그리스도인이 되었고 그 집을 집회장소로 개방한 것으로 보아, 오네시모는 새로운 복음을 알 기회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므로 그는 자유인임을 의식하고 탈출해서 바울로에게 갔을 가능성이 있다. 만일 이러한 가정이 맞는다면 바울로가 오네시모를 옹호하고 필레몬에게 오네시모의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강조했어야 할 것이다. 다른 가능성은 오네시모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거나 돈을 축냈을 수 있고, 그 때문에 도망했을 수 있다. 바울로도 그런 가능성을 말한다(18절). 그러나 그것이 사실이라면 오네시모가 고백했을 것이고 바울로는 분명한 말로 책임을 지겠다고 했을 것이다. 둘 다 아니라면 다른 하나의 가능성으로서 그가 종으로서의 그 임무를 다하지 못한다고 천대를 받았을 수 있다. 바울로는 그가 전에는 주인에게 '쓸모없었다'고 한 것은 그런 뜻으로 해석할 수 있으나 바울로 자신에게도 그랬다는 것을 보아 그것도 확언할 수는 없다.

그런데 필레몬서는 지금 바울로가 그를 필레몬에게 돌려보내면서 쓴 편지인데, 이 추천서 같은 편지에서 "지금은 내 심복이요, 그대에게나 내게 다 유익한 사람"이 됐다고 한다. 이것은 노예로서의 각오가 돼 있다는 뜻이 아니라 그리스도인으로 변화됐다는 뜻임에 틀림없다. 그런 까닭에 "그를 종으로서가 아니라 종 이상으로 사랑하는 형제로 받아들이라"고 하며, 또 자기와 같은 동지(koinonós)로 받아들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이상에서 바울로는 사회신분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그는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이미 자유인이나 노예의 차이가—남자와 여자의 구별이 없는 것과 같은 의미에서—없다는 신념을 가진다(갈라 3, 28). 그는 모든 기준을 그리스도사건에서 본다. "주의 부르심을 받은 노예는 주의 자유인입니다"(고전 7, 22)라고 하는 것은 그러한 그의 입장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그러므로 그가 오네시모를 필레몬에게 돌려보내는 것은, "종 된 이들이여, 육신의 주인에게 순종하기를 그리스도에게 순종하듯 하여,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성실을 다하시오……"(에페 6, 5 이하)라고 된 에페소인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과는 다르다(에페소서는 바울로의 편지가 아니다).

이상에서 바울로의 민중관의 뚜렷한 일면이 드러났다. 그것은 사회적 신분이 그의 가치를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뒤집어 말하면 그는 사회구조적 현실이 사람을 계층화하고 자유를 박탈하는 데 무관심했다는 뜻이 된다. 그러한 결론을 안고 고린토의 민중에 대한 바울로의 입장을 보자.

고린토교회의 초창기 구성원은 압도적으로 민중이 많았다. 그러나 어느 정도 사회신분이 있는 소수가 포함되어 그것이 한 파벌을 형성하여 그로 인한 문제가 있었다(고전 11, 17 이하 참조). 이것을 보고 바울로는 굶주리고 가난한 자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더 가진 자들의 횡포'를 책망한다. 그러나 그는 교회라는 일정한 집단에 국한된 문제로 보고 사회구조적 차원으로까지 그 문제의 원인을 확대하지 않는다.

본문에서는 분명하게 못 배운 자, 피지배자 그리고 비천한 출신의 편에 서서 그들이 배운 자, 집권자 그리고 신분이 높은 자들을 부끄럽게 하고 무력하게 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는 이 현실에 대해 수직적인 설명을 하는데 두 가지로 표현한다. 하나는 하느님이 그러기 위해 저들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로써 주체는 어디까지나 신일 뿐 아니라, 그 주체의 '도구'로서라도 그렇게 선택된 자들의 활동을 사실(史實)적 양상에서 서술해야 하는데 그런 것은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는다. 둘째는 그 목적이 이 사람은 누구나 하느님 앞에 자신을 자랑하지 못하게 하고 오직 주만 자랑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한다. 여기서 그의 그리스도 중심주의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거기에서 그는 사회사적 결과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가령 이런 목표를 지향할 때 사회적으로 어떤 계급적 구분이 용납될 수 없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것 등이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길을 방해하는 사회구조에 대해서 왜 침묵할까?


| 안병무전집1 |
역사와 해석
(한길사)
List of Articles
표지
증보판에 부치는 말
머리말
       
제1부 고전(古典)으로서의 성서
       
제1장 고전의 의미
    1. 인류와 고전
    2. 현대인과 고전
제2장 성서의 특성
제3장 성서를 보는 눈
제4장 성서에서 보여주는 역사의 주체
제5장 성서의 자료와 편집
       
제2부 약속을 믿고 산 민족사 : 구약
       
제1장 한 책의 민족 이스라엘
제2장 인간사 서장
    1. 창조된 세계와 인간(아담)
    2. 잘못 출발된 역사
제3장 도상의 나그네
    1. 족장들
    2. 탈출의 족장 : 아브라함
    3. 하느님과 겨룬 사나이一야곱
제4장 엑소더스
    1. 히브리
    2. 모세
    3. 하느님과의 계약
    4. 십계명
제5장 종족공동체의 형성
    1. 가나안 정착
    2. 이스라엘 종족동맹
    3. 판관들
        1) 판관 삼손(판관 13~16장)
        2) 판관 기드온(판관 6~8장)
제6장 왕국시대
    1. 왕권과 국가
    2. 다윗왕조
    3. 왕국시대
        1) 솔로몬 왕
        2) 분단 200년
제7장 예언자
    1. 예언자의 현장
    2. 찬양과 저주一나단
    3. 왕권과의 대결자一엘리야
    4. 종교보다 정의를一아모스
    5. 남은 무리 一이사야
    6. 심판과 새 가능성 一예레미야
    7. 해골의 부활一에제키엘
    8. 너 위한 수난一이름없는 예언자
    9. 예언자의 말의 성격
    10. 과거, 현재, 미래
   
제3부 새로운 개벽 : 신약
   
제1장 예수의 사건
    1. 예수의 시대상
    2. 역사와 해석자
    3. 예수의 선포
        1 ) 하느님 나라의 초대
        2) 낡은 질서와의 대결
    4. 예수의 행태
        1) 무슨 권위로
        2) 예수와 민중
    5. 십자가 처형
    6. 갈릴래아에서 만나자一부활사건
제2장 예수운동의 전진(사도행전)
    1. 예루살렘에서의 예수의 민중운동
    2. 이스라엘 민중운동의 목표와 사상
    3. 민중사실
제3장 바울로의 삶과 증언
    1. 그의 삶
        1) 바울로의 위치
        2) 민중사건에 항복한 사울
        3) 바울로의 연대기
    2. 바울로의 증언
        1) 인간세계 심판
        2) 사람됨의 조건
        3) 죽음에서의 탈출
    3. 그리스도와 역사
    4. 자유인의 길
        1) 앞을 향해 달리는 삶(필립 13,1~14)
        2) 하느님 앞에 선 존재 (갈라 4, 1~10)
        3) 이웃과 더불어의 존재
    5. 바울로의 민중론
        1) 고린토교회의 사회계층
        2) 민중을 보는 바울로의 눈
        3) 택함을 받은 민중
    6. 바울로의 수난기
        1)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
        2) 예루살렘에서
        3) 문제점들
        4) 바울로는 ‘정치범’이 아닌가
        5) 예수의 수난사와 바울로의 수난기
제4장 요한의 증언
    1. 요한복음의 특이성
        1) 공관서와의 관계
        2) 요한의 정신적 풍토
        3) 예수의 새 해석
    2. 개벽의 선언
    3. 갈림길
제5장 박해와 희망(계시록의 신앙)
    1. 묵시문학의 성격
    2. 로마제국과의 대결
    3. 결단할 때
    4. 영원의 노크
    5. 마라나타
한국어로 된 성서 연구 참고문헌
전집간행에 부치는 말
판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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