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병무전집1 |
역사와 해석
(한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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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

by 운영자 posted Sep 0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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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바울로의 수난기

바울로의 생애를 담지할 수 있는 뚜렷한 자료는 두 가지뿐이다. 하나는 바울로 자신이 단편적으로 서술한 전기적 요소들이고, 다른 하나는 루가복음과 같은 저자들이 서술한 사도행전이다. 이 두 자료는 다 중요하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물론 바울로 자신의 서술이다. 그런데 이 글에서는 사도행전의 바울로 수난기를 소박한 눈으로 독자들과 읽어나가면서 주의 깊게 읽은 이는 누구나 제기할 수 있는 문제들을 찾고 그것에 대한 대답을 시도해보려고 한다.

1)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

그의 수난기는 20장에서 시작된다. 바울로는 유럽 지방을 떠나 소아시아로 향해 가는데 그것은 계획적이었다. 그는 배를 타고 소아시아를 향하는데, 우선 트로아스에 상륙해서 밤을 세우면서 고별설교를 하고, 그의 선교지 중 가장 비중이 큰 에페소에도 들르지 않고 밀레도스에 도착해서 약 50킬로미터 거리에 있는 에페소에 사람을 보내 그 교회의 장로들을 부른다. 그가 예루살렘으로 가야하는 이유는 될 수 있는 대로 "오순절에 예루살렘에 있으려고 서둘렀다"(16절)고 했을 뿐, 따로 이유를 밝히지 않는다.

밀레도스에서 에페소교회 장로들과의 석별장면은 상세하고도 눈물겹다. 그들에게 바울로는 예루살렘으로 가는 것이 지상명령이라는 것을 "성령에게 사로잡혀"라고 표현하는데, 그는 거기서 비로소 예루살렘에 가면("어느 도시에 들어가든지"라고 썼으나 현실적으로 예루살렘이다) "투옥과 환난"이 그를 기다린다고 예고한다(23절). 그러나 그것은 성령이 알려준 것이라고 할 뿐 이유는 말하지 않는다. 에페소 장로들은 그를 만류하나 바울로는 초지일관 눈물로 석별하면서 이제 에페소교회에 수난이 닥쳐올 것을 예고한다. 그는 그의 일행과 배를 타고 코스(Cos) 바다라(Patara) 페니키아를 거쳐 띠로(Tyre)에서 일주간을 신도들과 함께 지내는데, 거기서도 신도들이 그의 예루살렘행을 막으려고 했다. 그러나 바울로는 초지일관 배로 떠나는데 바닷가에서 무릎을 꿇고 그들과 석별의 기도를 드린다. 그리고 프톨레마이스(Ptolemais)를 거쳐 가이사리아(Caesarea)에 도착, 일곱 집사 중의 한 사람으로 알려진 필립보의 집에 머무는데, 거기서 또다시 사람들이 그의 예루살렘행을 만류한다. 이번에는 바울로와 함께 여행하고 있는 일행들(우리)도 이에 가세한다. 그러나 바울로는 단호히 "어찌하여 그대들이 울며 나를 상심케 하오? 나는 주 예수의 이름을 위하여 예루살렘에서 결박을 당하는 것뿐 아니라 죽는 것까지 각오하고 있소"라고 그의 수난을 분명히 예고하고 결연히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