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병무전집1 |
역사와 해석
(한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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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문제점들

by 운영자 posted Sep 0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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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문제점들

첫째, 왜 바울로는 한사코 예루살렘에 가기로 결심했는가?23)로마서 15, 22 이하에 그가 예루살렘에 가는 주목적이 새로운 헌금을 전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런데 왜 그가 죽을 각오를 해야 하나? 그도 그렇게 위험한 길이면 다른 사람을 보낼 수도 있었다. 실은 그가 대표를 선정까지 했다는 기록이 있다(고전 16, 3). 그는 세 번씩이나 철저히 사람들의 만류를 받았으며, 끝에 가서는 저들을 책망하는 어조로 초지일관했으나 그 이유를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될 수 있으면 오순절에 예루살렘에 있으려고 서둘렀다고 하나 바울로의 예루살렘 체재와 오순절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 있다면 군중이―특히 디아스포라 유다인들―모였다는 동기설정 이상을 생각할 수 없다.

둘째, 이미 지적한 대로 예루살렘 교회지도자들의 권유와 바울로의 행동은 도저히 바울로답지 않다. 루가는 바울로가 이방에서 모세를 배척하고 할례는 반대했다는 분노한 군중의 고발을 기술한데서 바울로의 정체를 그대로 알고 있는데도 왜 바울로답지 않은 바울로를 그리고 있는가?

셋째, 그의 체포 과정이 석연치 않다. 유다인들이 순전히 유다종교를 모독한 이유 때문에 바울로를 죽이려 한 듯이 서술하는데, 왜 로마의 천부장이 개입하는가? 그를 난민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서술한다. 그런데 왜 그 내용을 알기도 전에 쇠사슬로 묶는가? 이것은 로마법(Lex Julia)에서는 불가능하다. 또 그는 바울로를 보호하기 위해 폭도에게서 격리시키는 도중에 왜 그에게 반로마 게릴라 부대장이냐고 묻는가? 유다인에게 난타당하는 사람을 말이다. 또 그가 로마 시민임을 알고 두려워했다면서 왜 산헤드린을 소집했으며 그들의 고소를 듣고 죄가 전혀 없다는 것을 알면서 총독에게 호송해야 하는가?

넷째, 총독 펠릭스는 그를 감금해두었다가 유다인 산헤드린 대표들 앞에서 그리고 개인적으로 그를 접한 후 그는 로마법에 저촉되지 않음을 언명하면서 왜 그를 그대로 투옥한 채 2년 동안 묶어두는가? 루가는 유다인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라고 한다(24, 26 이하).

다섯째, 펠릭스 후임인 페스도는 바울로를 인계받고 또다시 가이사리아로 산헤드린 대표를 오게 하여 '청문회'같은 것을 열었으나 아무런 범법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는데도, 왜 그대로 투옥했다가 우연히 온 헤로데 아그리빠 앞에 그를 다시 세워 심문하게 하는가? 로마총독에게 그럴 의무는 전혀 없다. 더욱이 아그리빠는 그 지방과는 상관도 없다.

여섯째, "이 사람(바울로)은 사형을 당하거나 갇힐 만한 일은 한 것이 하나도 없소"(사도 26, 31)라는 결론을 아그리빠와 더불어 내렸는데 왜 로마로 압송해야 하는가?

끝으로, 심문장면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들이다. 사도행전에서 바울로를 고소하는 내용은 대부분 간접적으로 나타난 정도로 극히 애매 한 반면 바울로의 설교조의 변호가 중심을 이룬다. 그런데 그는 주로 유다교와의 문제가 고소의 내용이라고 하면서 줄거리를 삼는데, 그런 주제와는 동떨어진 정치범으로 고소된 변명과 같은 말들이 산발적으로 튀어나온다. 로마제국의 관심이라면 후자이지 전자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부장이 '지나가는 말처럼' 그를 반란주동자(사도 21, 38)냐고 묻는 것 외에는 심문과정에서 그것에 대한 추궁이 단 한 번도 없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