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바울로는 ‘정치범’이 아닌가

이상 그의 수난기를 읽는 데서 오는 의구심을 대략 문제로서 제기했는데, 그런 문제 제기는 이 수난기를 역사적 전기로 볼 때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먼저 밝힐 것은 루가의 일차적 목적은 바울로의 전기를 쓰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둘째는 바울로가 창작자적 입장에서 이 수난기를 쓴 것이 아니라 그는 이미 결정화(結晶化)된 전승 단편들이 있어서 편집자적 서술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이 점은 전문가들의 일이니 여기서는 전제만한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았다거나 그 안에 역사적 자료가 없다는 말은 물론 아니다. 루가는 될 수 있는 한 주어진 전승자료의 배후를 밝혀서 그 근거를 알리려고 하고, 또 상호모순을 되도록 없애기 위한 삽입구와 편집구를 사용하였다. 그리고 이 말은 그의 바울로 수난기에 역사적 요소와 신학화된 전승자료와 그리고 그 자신의 편집적, 즉 신학적 입장이 들어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의 관심은 바울로가 왜 로마정권에 의해 수난당하고 투옥되었나 하는 데 있다. 이런 관심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그의 편집의 '꼴'부터 살필 필요가 있다. 그것은 거기에 그가 의도하는 바가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흥미있는 것은 저자 루가가 쓴 예수의 수난사와의 비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