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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병무전집1 |
역사와 해석
(한길사)
제5장 박해와 희망(계시록의 신앙)
1. 묵시문학의 성격

계시록은 성서의 마지막 책이다. 구약과 신약을 한 책으로 본다면 창세기로 시작되는데 인간역사의 타락으로 모순과 고난의 기나긴 여정을 거치다가 마침내 종말을 고하고 전혀 다른 새 세계 전개의 여명을 예고하는 것인데, 이 마지막 임무를 이 책이하는 셈이다.

그런데 이 책은 오랫동안 천대를 받아왔고 또 많은 오해와 문제를 일으킨 책이다. 그 내용이 신약의 다른 책과는 너무도 대조적으로 그리스도교의 핵심적 내용이 결여되어 있으며, 지나치게 불가사이한 표현으로 가득 차 있다고 보아서 루터 같은 이는 처음에는 이 책을 신약에서 제외할 정도였다. 그후에도 이것은 아주 엷게 그리스도교로 색채된 유다 묵시문학에 불과하다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불트만). 그러나 묵시문학에 담긴 역사적 의미를 생각하면 새로운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묵시'(Apokalyptik)라는 개념은 종교사적 개념이며 그것은 동시에 한 문학유형에 속한다. 묵시문학이라고 부른 것이 그것이다. 그런데 묵시문학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느 민족에게서나 볼 수 있는데, 그것들은 다음 네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다.

첫째, 묵시문학은 어떤 위기 또는 박해에 의한 수난기에 발생한다. 그것은 절망적 상태에 놓여 있음에도 어떤 돌출구를 찾지 못한 사람들이 자동적으로 어떤 초자연적인 사건에 의해서 악한 세력을 쓰러 뜨리고 새 세계가 나타나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보는 환상을 꿈꾸는 데, 묵시문학은 이것을 신념화시킨 것이다. 이 같은 문학은 중동, 특히 이란 등에 많이 있었는데, 유다 사회에서는 시리아의 안티오쿠스 4세가 이 땅을 점유하고 잔악한 방법으로 박해를 계속하는 것에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봉기한 이른바 마카베오전쟁 때부터(B.C. 160년경) A.D. 2세기에 이르는 동안 그런 문학과 사고가 지배하다시피했다.

구약의 여러 책에서도 그러한 단편들을 볼 수 있는데, 하나의 책으로 보존된 것은 다니엘서다. 다니엘서는 바로 안티오쿠스 4세에 대항하여 싸웠던 시기인 B.C. 165~164년경에 씌어진 것이다. 그것은 바로 안티오쿠스 4세의 종말을 예고하는 것이지만 그것에서 그치지 않고 한 세계사를 예고하고 있다. 그 뒤로 한국의 일부 신비주의자들에게 영향을 끼친 에녹서, 12족장의 유언, 모세의 승천, 4에즈라, 그리고 바룩서 등이 모두 이런 부류에 속하는 글이다. 이 글들은 전부 이스라엘 민족이 외세에 의해 강점당하고 마침내 나라를 잃어버린 때에 나온 것들이다.

둘째, 묵시문학은 민중적 문학의 성격을 띠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야기체라는 점이 그렇고, 예화나 동화를 연상시키는 글로서 고난받는 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환상적 이야기체로서 그들이 당하고 있는 시대를 간접적으로 반영하여 좌절하지 않도록 희망을 제시하고 있다.

셋째, 묵시문학은 예외없이 상징어를 쓰고 있다는 점이다. '묵시'란 말이 그렇듯이, 그것은 어떤 집단에게는 알지 못하게 하고, 어떤 집단에게는 잘 알 수 있게 하는 서술법이다. 묵시적 언어, 은유, 상징 언어 같은 것은 박해시 민중이 정보소통을 위해 시초에 썼던 암호이다. 같은 운명 아래 있는 집단은 함께 당하는 사건, 함께 분노하는 대상이 있기 때문에 어떤 상징언어를 써도 잘 알지만 그 집단 밖의 사람들은 모른다. 박해시의 민중언어가 비어(輩語)라고는 하지만 묵시 언어가 바로 수난시기의 민중언어인 것이다. 아마 우리의 『정감록』 같은 것이 이 부류에 속하는 문학일 것이다.

끝으로 묵시문학은 강렬한 민중신앙이 반영되어 있다. 아무리 목전에 강한 세력이 난무하나 그러면 그럴수록 하느님의 심판이 임박한 것을 의미하며, 마침내는 하느님이 직접 다스리는 새 세계가 오리라는 강력한 신앙이 뒷받침하고 있다. 이 신앙이 민중을 절망에서 체념하지 않게할 뿐 아니라 재기의 교두보 역할을 한다. 우리에게도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 '범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죽지 않는다'등의 속담이 많은데 이것은 모든 민중의 신앙이요, 지혜의 결실인 것이다.

신약에서 묵시문학서는 바로 이 책, 요한계시록 한 권뿐이다. 그러나 예수의 하느님 나라 선포, 바울로의 종말사상, 특히 데살로니카전서 4장 15~16절, 데살로니카후서 2장 1~12절, 고린토전서 15장 20~28절, 고린토후서 5장 1~10절 그리고 히브리서 12장 22~23절 등에서 묵시문학적 단편들을 볼 수 있다.

위의 단편들이나 묵시록은 그 서술양식이나 사고에 있어서 다니엘서의 영향을 받은 흔적이 뚜렷하다. 그것은 모름지기 다니엘서의 내용들이 민중들에게 친숙해져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까닭은 잠깐 동안의 햇빛이 비친 때를 제외하면 줄곧 비슷한 상황 아래서 신음했으니까!

이 책에는 하늘과 땅, 영과 악마의 세계, 인간세계, 천사, 짐승, 검은 말, 청황색 말, 독수리, 사람의 얼굴을 가진 메뚜기, 용, 뱀, 표범의 얼굴을 한 초능력적 짐승이 등장하는가 하면, 머리에 무지개를 두르고 불기둥 같은 발을 가진 태양을 업고 달을 발판으로하고 머리에 열두 별을 두른 면류관을 쓴 여인이 등장하며, 용과 천사가 공중전을 벌이고, 하늘 문이 열리며, 어떤 그릇에 담긴 것을 땅에 쏟으면 땅 위의 모든 생물이 멸절하며, 해가 빛을 잃고 달이 핏빛이 되고 별이 가을 나뭇잎처럼 떨어지는 등 해괴한 우주적 드라마가 전개되는데, 현대인에게는 아마 공상과학 만화영화를 보는 느낌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언어 뒤에 숨은 역사적 현실은 심각했으며, 그것은 피나는 대결과 그것을 극복하려는 의지와 확신이 있었으며, 냉정한 역사관이 있었다. 그리고 그 역사적 현실을 대표한 것이 바로 로마제국이다.


| 안병무전집1 |
역사와 해석
(한길사)
List of Articles
표지
증보판에 부치는 말
머리말
       
제1부 고전(古典)으로서의 성서
       
제1장 고전의 의미
    1. 인류와 고전
    2. 현대인과 고전
제2장 성서의 특성
제3장 성서를 보는 눈
제4장 성서에서 보여주는 역사의 주체
제5장 성서의 자료와 편집
       
제2부 약속을 믿고 산 민족사 : 구약
       
제1장 한 책의 민족 이스라엘
제2장 인간사 서장
    1. 창조된 세계와 인간(아담)
    2. 잘못 출발된 역사
제3장 도상의 나그네
    1. 족장들
    2. 탈출의 족장 : 아브라함
    3. 하느님과 겨룬 사나이一야곱
제4장 엑소더스
    1. 히브리
    2. 모세
    3. 하느님과의 계약
    4. 십계명
제5장 종족공동체의 형성
    1. 가나안 정착
    2. 이스라엘 종족동맹
    3. 판관들
        1) 판관 삼손(판관 13~16장)
        2) 판관 기드온(판관 6~8장)
제6장 왕국시대
    1. 왕권과 국가
    2. 다윗왕조
    3. 왕국시대
        1) 솔로몬 왕
        2) 분단 200년
제7장 예언자
    1. 예언자의 현장
    2. 찬양과 저주一나단
    3. 왕권과의 대결자一엘리야
    4. 종교보다 정의를一아모스
    5. 남은 무리 一이사야
    6. 심판과 새 가능성 一예레미야
    7. 해골의 부활一에제키엘
    8. 너 위한 수난一이름없는 예언자
    9. 예언자의 말의 성격
    10. 과거, 현재, 미래
   
제3부 새로운 개벽 : 신약
   
제1장 예수의 사건
    1. 예수의 시대상
    2. 역사와 해석자
    3. 예수의 선포
        1 ) 하느님 나라의 초대
        2) 낡은 질서와의 대결
    4. 예수의 행태
        1) 무슨 권위로
        2) 예수와 민중
    5. 십자가 처형
    6. 갈릴래아에서 만나자一부활사건
제2장 예수운동의 전진(사도행전)
    1. 예루살렘에서의 예수의 민중운동
    2. 이스라엘 민중운동의 목표와 사상
    3. 민중사실
제3장 바울로의 삶과 증언
    1. 그의 삶
        1) 바울로의 위치
        2) 민중사건에 항복한 사울
        3) 바울로의 연대기
    2. 바울로의 증언
        1) 인간세계 심판
        2) 사람됨의 조건
        3) 죽음에서의 탈출
    3. 그리스도와 역사
    4. 자유인의 길
        1) 앞을 향해 달리는 삶(필립 13,1~14)
        2) 하느님 앞에 선 존재 (갈라 4, 1~10)
        3) 이웃과 더불어의 존재
    5. 바울로의 민중론
        1) 고린토교회의 사회계층
        2) 민중을 보는 바울로의 눈
        3) 택함을 받은 민중
    6. 바울로의 수난기
        1)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
        2) 예루살렘에서
        3) 문제점들
        4) 바울로는 ‘정치범’이 아닌가
        5) 예수의 수난사와 바울로의 수난기
제4장 요한의 증언
    1. 요한복음의 특이성
        1) 공관서와의 관계
        2) 요한의 정신적 풍토
        3) 예수의 새 해석
    2. 개벽의 선언
    3. 갈림길
제5장 박해와 희망(계시록의 신앙)
    1. 묵시문학의 성격
    2. 로마제국과의 대결
    3. 결단할 때
    4. 영원의 노크
    5. 마라나타
한국어로 된 성서 연구 참고문헌
전집간행에 부치는 말
판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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